‘종합부동산세는 초정밀 유도탄이다(2005년 9월 김용민 전 세제실장)’ ‘부동산 세금폭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올 5월 당시 김병준 청와대 청잭실장).’ 청와대는 물론 정부도 8ㆍ31 대책 전후로 부동산 세금 강화와 관련, 화려한 수사와 엄포를 아끼지 않았다. 1년여가 흐른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2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기대됐던 다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회피 매물은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되레 올라가는 집값을 보면서 내놓았던 매물조차 거둬들이고 있는 게 요즘 시장 분위기다. 오히려 세금폭탄은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만들어 시장기능을 훼손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부동산 시장과의 대결수단으로 삼다 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며 “잦은 제도 변경으로 세제는 누더기가 됐고 시장과의 거리도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세금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먼저 정책 신뢰 확보와 안정성 차원에서 현행 세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고 세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부작용만 키울 뿐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격유지와 더불어 미세조정은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부동산 세제가 평형, 개인의 소득ㆍ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세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으며, 매물이 늘기는커녕 자취를 감추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현행 부동산 세제를 보면 6억원 이상 주택은 연령ㆍ지역ㆍ1주택 여부에 상관없이 보유세ㆍ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이들은 당장 올해부터 보유세가 세대별로 합산되고 오는 2009년이 되면 공시가격의 1%를 보유세로 부담해야 된다. 2주택 이상 보유세대의 경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내년부터 폐지돼 거래동결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 “현재 부동산 세제는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도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라며 “또 부동산 거래를 동결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가구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 세율을 낮추고,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 이하에 대해서도 세부담 하향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일부 줄여주고 시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세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코드’ 등을 의식해 이러한 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9일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 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재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득과 연령을 고려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정부 내 분위기 등 감안할 때 선뜻 보완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물론 역대 정권도 부동산 세금을 집값 잡기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부동산 세제는 심한 부침을 겪어왔다. 그러나 그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미했다. 규제나 세금이 돈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반증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근로소득세를 소득별로 차등화한 것처럼 정부 의지만 있으면 현행 시스템하에서도 가능하며 시장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