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냥갑 아파트는 정부 규제탓"

시로 나질 미 코넬대 교수 방한 본지 인터뷰


“한국 성냥갑 아파트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규제입니다.” 시로 나질(Ciro Najle) 미국 코넬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건축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건축 문화의 흐름을 제시하는 대신 각종 규제에 맞추면서 아파트의 모양이 동일해졌다”고 한국의 아파트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나질 교수는 지난 21일 코오롱건설과 코넬대학ㆍ건국대학의 산학공동연구 프로젝트인 ‘인간과 자연의 상생상락(Holistic Living)’ 프로젝트를 위해 코넬대 건축대학생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또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누군가가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경우 곧바로 새로운 큰 흐름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이 같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건설사가 아직 없는 점도 성냥갑 아파트 양산의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에게는 동질성이라는 단어가 모든 소비자에게 각인돼 있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게 되면 개성이라는 단어가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한국의 아파트 모양과 문화에 대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질 교수는 한국 아파트 건축문화의 질적 성장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양적인 성장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성장을 구가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정체상태”라고 전제한 뒤 “이 같은 정체현상을 해결하는 방식은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을 접목시킬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나질 교수는 한국의 아파트 단지 중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 ▲아파트와 조경의 분리 ▲브랜드 이미지와 건축과의 분리 ▲커뮤니티 시설의 분리 등을 꼽았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 “아파트 단지와 커뮤니티를 포함한 각종 시설, 조경시설, 지상 등을 통합하는 과제를 추진 중”이라며 “특히 서로 분리된 커뮤니티 시설을 각 단지와 입주민들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질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묻는 기자에게 “각 세대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등을 통합해 전체적인 단지의 디자인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라며 “원형 모양의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지상층의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뤄지면 입주자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미국 코넬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 영국 건축전문대학원인 AA(Arcitectural Association)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또 2001년 영국 YAYA에서 제정한 ‘2001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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