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5월 9일] 포털은 괴로워
정보산업부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광우병,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포기 추진, 인터넷종량제 실시, 초등학교 일제 휴업….
사이버 공간에 각종 인터넷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도 방송통신위원회도 참다 못 해서였을까. 방통위가 포털업체에 인터넷 괴담과 관련된 댓글 삭제를 요구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론 탄압이라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중간에 낀 포털업체들은 일단 모니터링 인원을 총동원해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이 허위사실 유포자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불똥이 자칫 포털업계 쪽으로 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숨죽이고 있다. 인터넷 괴담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그렇다고 포털 스스로 가치판단을 해 삭제 등 특별대책을 내놓기도 힘든 처지. 포털업체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인터넷 괴담의 경우 욕설이나 명예훼손과 달리 진실성 판단이 쉽지 않은데다 허위 여부를 단정 짓기도 어렵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괴담 내용이 거짓으로 확인돼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몰라도 우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내용을 삭제하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NHNㆍ다음ㆍSK커뮤니케이션즈ㆍ야후코리아 등 국내ㆍ외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명예훼손, 욕설, 비방물,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게시물 등을 약관이나 내부 규정으로 자체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대다수 업체들은 신고센터도 운영해 네티즌의 적발 신고로 게시물을 지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실 여부의 판단이 불명확한 인터넷 괴담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네티즌의 의식과 사회 시스템이다. 관련 댓글 삭제 요구와 같은 미봉책은 네티즌의 반발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사이버 여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쳐 네티즌 의식이 성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청회든 인터넷 괴담을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든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