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ㆍ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전체 투표 수 가운데 58.8%가 중복된 인터넷주소(IPㆍInternet Protocol)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온라인 투표에서 총 1만136표를 얻었으나 이 가운데 2명 이상이 하나의 IP로 투표한 경우는 1,222건이며 투표한 당원 수로 계산하면 5,965명에 달했다. 특히 전북 지역의 한 IP에서 투표한 당원 82명이 모두 이 의원을 찍는 등 부정선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4일 압수한 서버에 들어 있는 투표인 명부와 온라인 투표 IP 등을 분석한 결과 "총체적인 부정선거 양상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엇보다 동일한 IP에서 경선에 참여한 사례가 두드러졌다. 검찰에 따르면 하나의 IP에서 2회 이상 투표를 한 사례는 3,654건, 5회 이상은 885건, 10회 이상은 372건이었다. 50회 이상 투표한 사례도 27건, 100회 이상 투표가 이뤄진 것도 8건이나 됐다.
특정 후보자가 한 IP에서 표를 독식한 12건도 이번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그 예로 전남 지역의 IP에서 투표한 286명이 비례대표 후보 A씨에게 표를 몰아줬으며 제주 지역 IP에서도 당원 270명이 또 다른 후보 B씨를 찍었다는 점을 들었다. 부산ㆍ광주ㆍ전북ㆍ인천 지역에서도 이 같은 '몰표 IP'가 나왔다.
'유령당원'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검찰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당원의 개인정보를 분석한 결과 주민번호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6건, 휴대폰 번호가 같은 경우도 10건에 달했다. 존재하지 않는 주민번호와 휴대폰 번호도 각 7건과 11건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검찰은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60세 이상 당원은 1,197명, 70세 이상은 305명, 80세 이상은 27명이라고 밝혔다. 컴퓨터에 접속해 투표권을 행사한 최고령 당원은 1920년생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월15일부터 보름간 7만여명의 선거인 명부와 3만6,500명의 온라인 투표 명단을 대조,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검찰은 중복된 IP에서 투표한 사례가 전국에 퍼져 있어 IP 소재지 관할 검찰청으로 수사자료를 인계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복 IP만으로 부정선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문제가 된 사례를 종합해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투표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통합진보당에 현장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투표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대변인실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당 자체 진상조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새로운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명확한 이상 검찰의 모든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