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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 대상] '국내 최고 권위 건축상' 5일 시상… 수상작으로 본 건축 트렌드는…

자연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시민 곁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산속 오솔길 형태 그대로 건물을 지어 뒷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내부를 관통하는 공공통행로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했다.

120년 된 창고건물을 유리통로로 연결한 한국근대문학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권위·위엄 대신 주변과 조화 시도… 민간부문 대상 '풀무원 로하스…'

산기슭 오솔길 형태 그대로 살려


미술관·도서관은 개방감 극대화…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담기도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이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지난 1992년 '건축은 문화다'라는 모토로 제정된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올해로 23회째를 맞았다.

수준 높은 문화적 가치를 담아낸 건축물을 발굴, 조명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현재 건축계를 관통하는 가치 및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수상작의 경우 주변과 단절된 채 건축물 자체의 위엄을 한껏 드러내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낮춰 사람·자연 등 주변환경과 조화를 꾀하려는 의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건축물이 권위를 벗고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점차 친근해지고 있는 것이다.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의 저자인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적 소유물인 마천루가 증가하는 현대 도시에서 막상 공적 활동은 저층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랜드마크가 더 이상 높은 건물일 필요는 없다"며 "랜드마크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기대하게 하는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소박한 건축…자연으로 돌아가다 =신에게 닿기 위한 건축물인 바벨탑을 시작으로 초고층건물들이 모두 자연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면 최근에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시도하는 건축물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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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대상 수상작인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산기슭의 오솔길 형태를 그대로 살려 지은 건물이다. 건물 복도가 예전의 오솔길이고 건물 옥상은 뒷산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건물 외벽 역시 구불구불한 산세의 일부인 양 곡선을 최대한 살려 지어졌다.

로하스아카데미의 또 다른 특징은 '패시브하우스'라는 점이다. 패시브하우스는 건물 내부의 열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해 열 손실을 최대한 줄인 건물이다. 로하스아카데미는 열 손실을 방지하는 '3중 로이유리'로 바깥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도 단열효과를 극대화했다. 옥상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새를 심어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하도록 했다. 로하스아카데미는 숙박건물로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패시브하우스로 평가된다.

우수상을 받은 서울 노원구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고층아파트와 북한산·도봉산·수락산 아래 작은 동산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최대한 간결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술관 건물 자체는 하얀 상자의 모습으로 동산 위에 올려져 있다. 특히 등나무근린공원과 맞닿은 위치에 있어 공원을 찾은 이용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설계를 맡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자연요소를 품어 안고 건축과 조경이 하나가 돼 접근성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건축물도 있다. 우수상 수상작인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은 오래된 물류창고 4개동을 이용해 지어졌다. 창고 2개는 1892년에 지어지는 등 120년의 역사를 가진 창고가 근대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재활용된 셈이다. 녹슨 철문과 긁힌 벽돌 등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고 창고 2층을 연결하는 유리통로로 들어오는 빛과 바닷바람으로 인천의 자연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친근한 건축…시민에게 다가가다=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미술관이나 도서관 등은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개방감을 높였다. 주변을 압도하는 권위의 상징성을 버리고 이용자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편의성을 택한 결과다.

올해 사회공공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경우 웅장한 규모로 건물 자체에 대한 경외감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나지막한 사각형 건물 사이사이에 마당을 배치해 방문객들과 거리를 걷는 시민들까지 마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송 교수는 "과거에는 공원과 공공기관·예술센터가 모두 분리돼 지어졌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경우 방문객들의 동선을 자유롭게 만들어 미술관 자체가 북촌의 길이 될 수도 있고 마당이 될 수도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또 모든 전시실을 지하에 배치한 대신 자연광이 지하까지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해 작품을 감상하던 관객들에게 좀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세종특별자치시에 마련된 국립세종도서관(사회공공 부문 본상)도 뒤편 호수공원과 연결된 조경공간 등을 이용해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조성하는 데 신경을 썼다. 특히 지하 1층 어린이도서관 바깥에 놀이터를 만들어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을 설계한 박도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첫 책장을 넘겨놓은 듯한 건축물 형태 역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우수상 수상작인 서울 성동구 성수문화복지회관은 기하학적 교차계단들을 활용해 딱딱한 관공서의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열린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수문화복지회관을 설계한 신창훈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 공간이 복지와 문화·정보 등을 한곳에 모은 시민활동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라며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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