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美, 한미FTA 비준 완료] 한국정부·민간업체들 로비도 한몫

하원 통과 1시간만에 상원서도 처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상ㆍ하원 비준안 통과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상ㆍ하원이 동시에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여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13일 한미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킨 미 상ㆍ하원은 언제 정쟁에 빠져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처리 속도를 보였다. 상ㆍ하원이 동시에 법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고 하원에서 법안이 처리된 지 1시간 정도 이후에 상원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법안을 처리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미국 FTA에서도 지난 2004년 7월 모로코 외에는 처음이고 법안 제출 후 5일 만에 비준하는 경우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는 협정서명 이후 이행법안의 의회제출까지는 무려 4년3개월이나 걸렸지만 아이로니컬하게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후부터는 '고속열차'를 탄 셈이다. 민주ㆍ공화당 간 극단적 갈등을 빚은 국채 상한증액 협상으로 여름 휴회 전 비준이 무산된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9월 다시 의회가 개회되자 FTA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미 FTA 통과를 위해 미 상ㆍ하원은 입법기술을 총동원했다. 공화당이 반대해온 무역조정지원(TAA) 제도까지 한미 FTA와 함께 통과시키기 '5단계 추진계획(path forward)'을 합의하고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쏟아낸 무려 30여개의 수정안을 정리해 단 한 개의 합의안만 통과시키기도 했다. 막판 피를 말렸던 변수는 미 상원의 느긋함.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을 불신한 하원에서 완전히 통과될 때까지 상원 통과가 어렵다며 21일까지 처리하겠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13일 의회연설도 무산되는 분위기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측은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 상ㆍ하원 법안 통과를 위해 전방위 로비에 나섰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의회에서 살다시피 했고 82만달러를 들여 미국의 유명 로비업체 패턴 보그스와 계약을 체결한 무역협회의 사공일 회장은 이 대통령의 방미 하루 전 워싱턴에 도착 최종 점검을 하는 등 분주하게 뛰었다. 결국 미국 의회의 전례가 없는 법안처리와 그 뒤에서 발 빠르게 뛴 정부와 민간업체의 노력이 한미 FTA의 정상회담 전 통과라는 결실을 거뒀다. 한편 미 의회 전문지 더힐(The Hill)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한미 FTA와 관련해 미 의회 로비 등을 위해 미 컨설팅·로비업체와 체결한 계약규모가 630만달러(74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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