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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치명적인 약점

제10보(136∼161)<br>○천야오예 9단 ●이세돌 9단



중원에 집을 짓는 일은 너무도 어렵다. 사방을 둘러막아야 집이 되는데 상대방이 눈 번히 뜨고 그것을 좌시할 까닭이 있겠는가 이리 줄어들고 저리 침식당하다 보면 중원은 공배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바둑에서는 기묘하게도 흑이 중원에 10집 이상의 집을 얻어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오직 하나. 천야오예의 방심이었다. 진작에 선수로 삭감해둘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것을 등한히 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천야오예로서는 천추의 한이 될 바둑이 되고 말았어요. 낙관하다가 망해 버린 겁니다.”(김영환) “천야오예가 재주는 뛰어난데 표독한 기질이 없어요. 승부사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김성룡) 백36은 이렇게 끝내기를 하는 도리밖에 없다. 참고도1의 백1로 나가고 싶지만 흑2 이하 6으로 추궁당하면 속절없이 끊어진다. 실전보의 백48도 이렇게 끝내기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참고도2의 백1로 두는 것은 흑2, 4로 간단하게 끊어진다. 흑61이 놓였을 때 안조영9단이 흑의 승리가 굳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덤을 제하고도 3집반은 너끈히 이긴다는 것이었다. 반집의 수학자로 정평이 난 안조영의 말에 검토실에서는 모두들 손을 놓았다. 이세돌이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검토진들은 다른 판들을 보기 위해 흩어졌다. 중국의 구리, 한국의 박정환은 승세를 굳힌 것으로 보였고 허영호는 반집승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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