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룹 분해막자” 마지막 승부수/진로그룹 화의신청 배경·전망

◎부동산매각 부진 자금난 심각/금융권 자금지원 없는 상황… 자력회생 미지수/퇴직금 중간정산 요구 변수로진로그룹이 8일 법정관리에 버금가는 화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지난 7월 부도유예협약에서 졸업한 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풀이된다. 또 자금성수기인 한가위를 앞두고 거래선들이 누적된 미지급금을 한꺼번에 변제하라고 요구, 그룹전체가 연쇄부도로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그룹관계자는 『당초 추석전에 변제해야 할 미지급금이 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의 2배인 1천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진로그룹은 부도유예협약이후 (주)진로, 진로쿠어즈맥주, 진로종합식품, 진로종합유통, 진로건설, 진로인더스트리즈 등 6개사를 제외한 14개 비주력사와 부동산을 팔아 1조원의 자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황의 장기화와 부도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매물이 홍수를 이루면서 부동산 및 법인매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진로그룹은 그동안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금융기관으로부터 한푼의 신규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은 일부 채권자들의 부채상환압력도 커졌다. 이로 인해 자금운용은 한마디로 하루하루 땜질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스, 할부금융 등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3금융권의 자금회수가 진로그룹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갔다. 진로그룹은 지난 7월 채권금융기관들이 2차 대표자회의에서 정상화를 위해 원리금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할때 3금융권 금융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채권회수를 유예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7,8월 두달동안 이들 3금융권이 회수해간 여신이 (주)진로에 대해서만 2백68억원에 이르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지않는 3금융권의 개별 채권회수 유예 약속이 사실상 무용지물임이 재삼 확인된 것이다. 또 진로종합유통과 진로인더스트리즈 등 2개 계열사의 부도유예협약 적용기한이 오는 25일 종료되는 것도 이번 화의신청을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5일이후 진로유통과 진로인더스트리즈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채권회수가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이들 2개사에 1천6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선 (주)진로까지 연쇄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진로그룹 계열사 전체가 일시에 부도처리되는게 불보듯 뻔한 실정인 것이다. 여기에 퇴직금 우선지급 위헌판결이후 임직원들의 퇴직금중간정산요구라는 돌발변수가 나타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그룹은 화의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룹측은 만일 화의신청이 채권단의 거부로 기각될 경우 모두가 「패자」가 될 뿐이라며 채권금융기관들이 이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은 이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채무를 동결시키는 시간을 벌어 자금압박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고 연말까지 부동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전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채권자에게도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경영이 정상화돼야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채권자도 공중분해나 법정관리보다는 화의를 통해 채권을 상환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부도를 내 빚잔치를 할 경우 담보가 없는 제 2, 3금융권의 경우 원금을 못받을 수 있고 설사 받더라도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그룹은 조만간 부도처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주)진로의 경우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이 끝난 상태에서 은행과 종금사만이 채권 원리금 상환기간만 연기해준 것이기 때문에 3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릴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종부도처리가 되면 당분간 어음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열흘 정도 걸릴 예정인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일단 모든 채무가 동결돼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진로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경영정상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기침체로 부동산매각이 계획대로 성사될지 미지수고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력회생이 어렵기 때문이다.<이의춘·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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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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