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위 땅, 주유소, 자회사 지분까지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모두 만들어라.’
SK㈜가 최근 들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자산을 처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는 9일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SK인천정유 지분 가운데 30% 이내를 런던증시에 상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장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당 1만원만 돼도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오게 된다. SK인천정유의 총 발행주식 수는 3억5,300만주로 SK㈜는 이중 90.6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SK㈜는 지난 10월27일 이사회를 열어 인천 용현동 물류센터 부지를 1,936억원에 넘기는 것을 비롯, 주유소 170여개 매각과 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이달 말까지 약 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로 결의했다. 또 9월에는 1조원 이상 들여 짓기로 한 울산공장의 제2중질유분해설비(FCC) 소유권을 SK인천정유에 1,516억원에 넘겨 투자부담도 줄이고 현찰도 챙겼다.
이렇게 SK㈜가 불과 두달 사이에 끌어 모았거나 확보 예정인 돈은 다음달 SK인천정유 상장지분까지 합쳐 대략 2조원이 넘는다. 만약 SK인천정유 상장가격이 2만원 이상이면 3조원 이상이 된다. 업계는 이 막대한 현금이 과연 어디로 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는 대외적으로 안정적 성장과 재무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 돈을 쓸 예정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SK인천정유 상장자금은 6조2,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줄이는 데 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입금 상환은 중장기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어서 시한이 없다. 다시 말하면 급히 쓸 데가 생기면 얼마든지 모아놓은 총알을 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SK㈜가 숙원사업인 중국 또는 베트남 내 대규모 정유ㆍ화학공장 건설을 확정짓고 자금확보에 나섰거나, 아니면 국내외 대형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SK㈜는 중국 최대 정유사인 시노펙의 자회사 무한석화로부터 중국 내 나프타분해설비 합작공장 투자를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