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결의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 7일 파업을 철회하기로 사측과 전격 합의함에 따라 두 달간 진행된 하투(夏鬪)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올 하투는 주5일제 시행ㆍ비정규직 처우 문제 등 굵직한 노동현안에다 이라크 파병 등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기침체와 실업난ㆍ노조의 무리한 요구등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으로 조용히 지나갔다는 평가다.
특히 인터넷상에 노조 조합원의 복지 및 임금수준이 드러나면서 일부 ‘귀족노조’에 대한 네티즌의 ‘공격’이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시켜 하투를 조기 종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노동계는 하투에서는 밀렸으나 앞으로 정부가 올 정기국회에 상정할 노사관련 법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강도 높은 입법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계약직 근로자문제와 철도공사화 등 핵심쟁점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철도노조 등을 중심으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하투가 일찌감치 마무리된 것은 노사 교섭의 결과라기보다는 명분없는 파업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여론에 밀려 봉합된 노사간 갈등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철도노조는 3ㆍ4분기 이후 산업계의 노ㆍ사 갈등을 촉발시킬 단초로 꼽히고 있다. 철도공사화에 따른 공무원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의 이전문제와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문제 등이 쟁점사안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우종합기계 등 매각대상 기업들의 노조도 해당 기업의 매각시 고용승계조건 문제 등을 놓고 갈등양상을 빚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 전체 노조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계약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문제ㆍ노사개혁법안 등 입법추진 중인 노동관련 법안은 9월 정기국회 처리를 앞두고 노동계가 이슈화를 벼르고 있어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LG정유와 같은 고임금 사업장 노조가 마치 분규의 중심인 것처럼 보도되면서 노조 파업의 명분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노ㆍ사가 서로 핵심쟁점에 대한 근본적인 타협을 본 것이 아니어서 갈등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