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우사태 50일] 3. 개별기업별로 해법을

대우사태 50일은 재벌계열사가 총수 1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음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지난 50여일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기적인 채권금융단, 갈피를 못잡고 상황논리에 끌려다니는 정부당국이 대우해법을 더욱 꼬이게 만든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에게 좀 더 잘하라고 다그치는 것 못지않게 김우중(金宇中)과 대우가 우리 경제에서 갖는 의미와 비중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거기에 대우사태의 해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대우신화의 주인공 김우중회장에게 새로운 역할을 줄 시점에 와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와 김우중= 지금까지 김우중과 대우는 한 몸이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대우는 金회장의 분신」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지난 67년 대우실업에서 출발한 대우가 재계 서열 2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한국경제의 압축성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부실기업인수와 화려한 재기를 반복하면서 대우는 재계의 총아로 떠올랐고 그 과정에서 김우중은 한국 샐러리맨들의 신화가 됐다. 「하면 된다」는 70년대의 상징이기도 했다. 金회장은 취약한 내수시장에 머물기보다 넓은 세계를 내 마당으로 삼겠다는 포부로 세계경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말 무려 589개의 세계경영 거점을 확보했다. 동유럽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고 선진국 유수의 기업들이 질시의 눈길을 보낼 정도가 됐다. 그런 金회장이 지금 그룹해체의 아픔을 겪고 있다. 『세계경영에 힘쓰느라 국내 사정을 돌보지못한게 결정적인 잘못』이라고 뼈아프게 후회하기도 했다. ◇대우사태 해결의 출발= 대우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대우나 金회장의 설명대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일 수 있다. 『유동성 위기가 왜 일어났느냐』고 깊게 따져들어가면 다른 실체가 드러나지만 대우 입장에서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대목이다. 金회장이나 대우 관계자들은 『지난 수년간 공들인 세계경영의 열매를 이제 막 따려는 시점인데…』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들은 『그 엄청난 성과가 하루아침에 「쓸데없는 일을 벌였다」고 매도되는 상황은 더 참을 수 없다』고 울분을 토한다. 그러나 경제계 인사들은 이런 상황인식으론 대우사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중과 대우가 하나였던 시대를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상황에 접근하자는 지적이다. 대우사태가 본격화하면서 대우는 그룹으로서 위상을 잃었다. 채권금융단은 지금 자동차, 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를 하나하나 떼어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우그룹」이란 고정관념에선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계는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의 고리를 끊고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낮추고 출자총액한도를 제한하는 온갖 조치들도 사실 대우사태의 해법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대우의 모든 계열사를 개별기업 단위로 떼어놓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신화의 주인공인 김우중 회장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는 살아나야 한다 = 대우사태의 결말은 대우가 살아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과거의 대우그룹이 부활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대우자동차가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로 우뚝 서고 대우중공업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량 조선사로 변신하고 대우전자가 탱크주의로 다시 무장하는 모습이 대우사태의 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경영을 통해 일군 해외자산을 유지하는 방법을 함께 고려하는 「산업정책적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 개별 기업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채권단은 희생을 무릅쓰고 출자전환을 신속하게 해줘야한다. 해외매각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된다면 좀 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또 협력업체의 피가 제대로 돌 수 있게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게 대우사태의 이해당사자들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이다. 빚이 너무 많아서, 혹은 자생능력이 없어서 불안한 계열사가 있다면 법에 따라 정리절차를 밟는게 최선이다. 돈을 쏟아붓고 온 국민이 희생해서도 안되는 기업은 도태되는게 시장원리에 맞다는 것이다. 김우중 회장은 자신이 할 일을 잘 알고있다. 지난 7월 사재(私財)를 담보로 내놓으면서 『대우자동차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했고 현재 이를 실천하고 있다. 경영을 정상화하고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만든 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다시 일어설 대우자동차를 자신이 이끌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이제 대우가 더 이상 그룹으로 묶여있지 않음을 인식하고 냉정하게 접근해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손동영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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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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