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인간 중심의 휴먼센트릭한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이 중요합니다. 유망한 분야를 꼽는다면 '자동차 IoT'에서 대박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래는 이노베이션, 창의적 인재가 좌우하기 때문에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재미나고 신나게 일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오는 27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2015'의 세션1 강연자와 사회자로 나서는 신강근(69·사진) 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ICT와 IoT가 나아갈 방향으로 '인간 중심'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정보기술(IT)은 사람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오래 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많은 신상품과 서비스가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도 휴먼센트릭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 중이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가령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면 저절로 무음으로 바뀌고 스테레오 앞에 두면 알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시동을 켜주는 앱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게임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나무 등에 부닥쳐 다치는 일이 많다"며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와 부품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휴대폰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덧붙였다.
성장 잠재력이 큰 IoT 분야로 자동차·홈·의료기기 등 세 곳을 제시하고 그 중 '자동차'를 첫손에 꼽았다. 신 교수는 "무인차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센서로 데이터를 모아 스토리지에 넣으며 실시간 분석을 통해 달리는 차를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메모리·네트워크 등 어마어마한 IT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차는 1년에 1억대가 팔리고 등록된 것만 10억대가 넘기 때문에 안에 내장된 IoT 디바이스 숫자를 계산하면 핸드폰보다 월등히 많다"며 "가전제품에 IoT를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동차 IoT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신 교수는 "한국도 (자동차 IoT를) 잘할 수 있다"며 "관련된 모든 디바이스를 개발하거나 코디네이션을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IoT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배터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신 교수는 "휴대폰 배터리를 50% 정도 더 쓰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한 뒤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관리 알고리즘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배터리는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자동차 수명은 10~15년인데 배터리 수명은 5년밖에 안 돼 전기차에는 필요한 배터리의 두 배를 넣는다"며 "어떤 전기차는 배터리를 6,800개나 넣고 배터리가 차 값의 40~60%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결국 배터리 수를 줄이면서 오래 쓰는 것이 핵심"이라며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사용시간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 여러 나라에 특허를 출원했고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 포럼의 주제인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맨파워, 기술력을 갖춘 인재에서 찾았다. 그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어린아이들이 생각할 기회를 갖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은 남이 한 걸 보고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성공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 교수는 "경직된 조직, 군대처럼 움직이는 문화가 과거에는 효율적이었지만 창조적 생각이 필요한 지금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며 "이런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교육과 입시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시 위주, 짧은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풀어 승패를 가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입시부터 바꾸고 우수 인재가 창의적인 일을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일하면서 재미있고 신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결국 창의적이어야 하고 정말 필요하지만 남이 안 하는 것을 찾기 위해 매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 나이 70살에도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누가 시키거나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고 신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신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다 보면 경제적 혜택까지 얻게 된다. 그는 "한국 학생들도 아침 8시부터 밤늦게까지 붙잡아 두기보다 놔서 기르는 방목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넓은 시야로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줘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대한민국의 제조 IT는 위기, IT 서비스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미국 EMC는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하드웨어 자체를 만드는 회사보다 더 큰돈을 번다"며 "한국은 하드웨어를 제조해 판매하는 데 주력하지만 중국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면 생존을 위협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잘 갖춰진 IT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은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렸고 어디를 가도 와이파이가 잘 연결된 IT 강국"이라며 "도로가 잘 닦인 만큼 그걸 이용해 고용도 창출하고 이익도 많이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