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무역 1조달러 시대와 FTA


현재 전세계에는 313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거미줄처럼 각 나라를 연결하고 있다. 이 가운데 87% 정도가 지난 1995년 이후 체결돼 자고 나면 새로운 FTA가 탄생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회자되는 경제 뉴스도 FTA와 그 밖의 것으로 대별될 정도로 FTA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FTA 블록에 고개를 내밀지 못하면 고속도로를 놓아두고 상대적으로 장애물이 많은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실익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 어제의 적들 FTA 통해 동지로 일각에서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지금, 우리나라 수출에 큰 문제가 없는데 왜 FTA를 서둘러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입장에서 가슴을 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기존 혜택(관세)을 유지해 외형상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FTA를 체결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배제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판매가 줄고 한두 해가 가면 기업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FTA에 있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경험으로도 확인된다. 우리는 지각생 중의 지각생으로 2004년 칠레와 첫 번째 FTA를 발효시켰다. 그때 우리는 일본에 칠레시장 점유율 면에서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1%포인트 높은 6%대 중반에 도달하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일본이 화들짝 놀라 2007년 FTA를 가동시켰지만 당분간 재역전은 요원한 상황이다. 반대로 칠레는 우리 시장에 FTA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포도주를 내놓으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자를 따돌리고 시장점유율을 4배나 높였다. 국익 앞에 국제적인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은 정치ㆍ군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지만 FTA를 통해 800여개 품목에 대한 교역 자유화를 도모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한 추가 협상도 진행하고 있어 한국ㆍ일본 등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일본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의 장에 끌어들였다. TPP의 우산 아래 모이자는 미국의 손짓에 캐나다ㆍ멕시코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달해 EU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은 기존의 소극적 전략을 던져버리고 TPP 참여를 선언, FTA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전쟁을 불사하는 극한대립 관계였지만 남아시아자유무역협정(SAFTA)을 통해 적에서 경제적 동지로 돌아섰다. 옛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소련)의 일원이었지만 이해 관계가 엇갈려 서로 다른 길을 내디뎠던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등은 지난해 1월 FTA보다 한 단계 높은 관세동맹을 출범, 경제적 재결합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2013년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만들어 우크라이나ㆍ키르키스스탄ㆍ타지키스탄 등을 새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 2조弗 도약 지렛대 될 것 경제전쟁 시대에 FTA는 매우 유용한 무기다. 관세 부담을 줄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한꺼번에 높여주는 마력을 발휘하고 무역장벽을 뛰어넘기도 한다. 한미 FTA처럼 일부 부대비용을 면제하고 신속한 통관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에 상응하는 개방 조치를 내줄 수밖에 없어 신중함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FTA를 통한 국익 증대에는 선점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는 적대 관계도, 전쟁 같은 아픈 상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무역호'에 FTA는 무역 1조달러 유지는 물론 2조달러로 나가는 데 더 없이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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