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쌀 풍년의 딜레마

생산량 늘어 값 줄줄이 하락

보조금 3000억 배정했지만 더 떨어지면 예산초과할수도


올해 폭우와 태풍 피해가 작아 벼농사가 풍작을 보이면서 내년 쌀값 보조금으로 수 천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쌀시장은 풍년이면 쌀값이 하락해 보조금이 수 천억원이 나가고 흉년이면 쌀값이 올라 국민의 밥상 가격이 오른다. 풍년·흉년 가릴 것 없이 웃을 수 없는 게 우리 쌀시장 구조다.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년 쌀값 하락을 보조하기 위한 쌀 변동직불금 예산을 올해(200억원)보다 1,472% 늘린 3,145억원으로 확정했다. 쌀 변동직불금은 수확기(10월~1월) 평균 쌀값이 농식품부가 정한 목표가격(18만8,000원/80kg) 이하로 내려가면 차액의 85%까지 보전해주는 자금이다. 쌀 변동직불금은 수확기가 끝난 2월에 지급된다.

쌀 변동직불금은 4년 만에 지급된다. 지난 2010년 풍년으로 수확기 쌀값이 13만원대로 하락해 2011년 7,993억원이 지급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2011년(620억원)과 2012년(252억원), 2013년(200억원) 3년간 1,072억원의 쌀 변동직불금 예산이 잡혔지만 쌀 생산량 감소로 쌀값이 상승해 실제 지급되지는 않았다.


4년 만에 큰 액수가 나가는 것은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0년 미곡 기준 430만톤에 육박했던 쌀 생산량은 2011년 422만톤, 2012년 400만톤까지 줄었지만 지난해는 423만톤까지 늘어나며 풍년을 보였다. 올해도 주요 벼 농지에 폭우 등의 피해가 크지 않아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 이상을 보일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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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도 내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전국 평균 쌀 도매가격은 20㎏당 4만2,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4,400원)보다 4.2% 낮다. 이번주 들어서는 쌀값이 4만2,400원까지 하락했다.

쌀값 하락에는 수요부진도 한몫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스타 등 외식문화가 퍼지면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09년 74㎏에서 지난해 67.2㎏까지 줄었다.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가 줄어 쌀값이 상승할 여지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쌀값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쌀 변동직불금이 예산(3,145억원) 이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산 기준으로 잡은 가격은 80㎏, 16만3,100원이다. 이 가격 아래로 쌀값이 내려가면 농식품부는 다른 예산을 줄이고 쌀 변동직불금에 써야 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쌀은 국민의 주식이고 빗물 저장 등 환경적 효과를 고려하면 식량안보 차원에라도 보조금을 지급해 농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쌀 소비 촉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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