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주 유엔 총회 참석 중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 테러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아르헨티나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리고 중상모략하면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견 수긍은 가지만 정치실패로 경제를 어렵게 만든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아르헨티나 경제는 추락을 거듭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는 40%로 치솟았고 외화보유액은 2011년 526억달러에서 280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43.9%가 하루 10달러 미만으로 생활할 정도로 빈곤층이 많아졌다. 노동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이다.
이런 경제형편에도 정치권은 아랑곳없다. 아르헨티나 연방 하원은 최근 정부가 기업의 생산·판매 활동을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정도다. 정부 지시를 어기는 기업에 대해서는 폐업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 담긴 법안이다. 여기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를 허용하는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싸움까지 가히 목불인견 수준이다. 그러니 "경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재계 등에서 쏟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부실기업이나 국가에 악행을 일삼는 '벌처펀드'의 함정에 빠진 측면은 있다. 미국의 2개 벌처펀드가 미국 법원에 낸 소송의 승리를 통해 자신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아르헨티나를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내몬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벌처펀드를 비난하기에 앞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국가경제를 부도 위기까지 이끈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의 잘못된 정책을 먼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빗나간 정치는 기어이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고 만다는 진리는 비단 아르헨티나만의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