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최초의 시험문제출제오류판결

65년도 서울시내 전기(前期) 중학교 입학시험이 실시된 64년12월7일.이 때만해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지금처럼 무시험으로 모두 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다. 당시 입학시험에서 출제 및 채점상의 오류가 발생했다. 입시관리위원회는 자연과목 18번 문제을 단답형으로 출제했다.「엿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효소는 무엇인가」를 묻는 문제였다. 일부 학생들은 초등학교때 배운「무우즙」을 정답이라고 썼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중학교 가운데 최고의 명문인 경기중학교는 입시관리위원회가 정한 정답표에 따라 「디아스타제」만을 정답으로 채점한 뒤 154.6점을 커트라인으로 해 합격자 480명을 발표했다. 무우즙을 답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일부 교사들과 시험에 떨어진 수험생 학부모들은「무우즙」도 정답이 될 수 있다며 서울시 교육청과 학교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무우로 엿을 만들 경우 합격시킬 수도 있다고 해 학부모들이 직접 엿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합격통지는 오질 않았다. 결국 학부모 장모씨 등 31명은 법적투쟁을 하기로 하고 65년2월 경기중학교장을 상대로 서울고법에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65년3월30일 자연과목 18번 문제의 정답을「디아스타제」또는 「무우즙」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재판장에는 이명섭(李明燮)부장판사가, 배석판사는 한만춘(韓萬春)·이경호(李敬鎬)판사가 맡았다. 결국 「무우즙」이라고 답을 써 안타깝게 떨어진 수험생 30여명이 경기중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들 학생 중 재수를 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은 이미 후기 시험에 합격해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중도에 경기중학으로 옮겼다. 윤종열기자YUYUN@SED.CO.KR

관련기사



윤종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