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家 후계분쟁] 롯데 주총후가 더 무섭다… 누가 이겨도 소송전·조직혼란 후폭풍


● 신동빈 승리

'아버지 퇴출' 부담 등으로 대외 리더십 약화


법정싸움서 추가 폭로전 벌어지면 상처 클 듯

● 신동주 승리

신동빈측 가신 대대적 인적쇄신·조직개편 예상

"롯데가 日기업이냐" 비난 여론에 영업기반 타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면서 경영권 방어 의지를 강하게 드러냄에 따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세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1차전은 주주총회다. 신동빈 회장은 주총 일정을 못 박지 않았지만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둘 가운데 누가 이기더라도 소송전이 예상되는 탓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법적 다툼 중에 폭로전이 추가로 벌어지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향후 움직임도 변수다. 신동빈 회장이 내부단속에 나서기는 했지만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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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이후가 더 무서운 셈이다.

우선 신동빈 회장이 이겨도 상처가 적지 않다. "아버지를 찍어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데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롯데그룹의 민낯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황제경영'에 대한 문제, 외부와의 의사소통 미비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대외행사나 정부 관계 업무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여론은 싸늘하다. 재벌가의 진흙탕 싸움과 여론전에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 제기에 나섰다.

조직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당장 영업과 중장기적인 전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상처가 너무 커 전열을 다시 가다듬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KB금융 등이 영업실적이 상대적으로 나빴던 사례가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무엇보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뼈아프다.

더욱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주총 이후 또 한 번의 정신적 충격이 불가피하고 그룹 내부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존재가치를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 매우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승리할 경우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을 용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이 "신동주나 신동빈 모두 약이 바짝 올랐다"고 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승기를 잡으면 4일 신동빈 회장에게 충성맹세를 한 계열사 대표들 가운데 상당수는 숙청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 기반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롯데가 일본기업이냐" 같은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룹이 백화점과 마트·호텔·롯데월드처럼 일반 국민과 가장 밀접한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가장 중요한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총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곧바로 법정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형제의 싸움이나 가족과의 갈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잃게 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총이나 법적 싸움 전에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1심 판결이 나오면 양측이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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