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2004 세제개편안’은 소득세 인하와 기업의 최저한세율 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減稅) 정책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세 경감혜택의 방법을 ‘선택과 집중’이 아닌 여러 분야에 두루 접근하는 ‘백화점식 세(稅) 경감’ 방식을 택해 납세자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 세수(稅收) 부족액이 2조~3조원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번 감면책으로 내년에도 최소 1조원 규모의 세금이 줄어들게 돼 나라 살림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게 될 전망이다.
세제개편안에서는 우선 서민ㆍ중산층의 세부담을 낮춰 소비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묻어나 있다. 소득세를 1%포인트 인하하고 세율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봉급생활자의 표준 공제를 현행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려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1만6,000~5만원까지 경감시킨 것들이 대표적 예다.
‘분배(복지)의 논리’를 세제에 적용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역모기지론을 도입한 것 등이 중심 사례다. 개인택시 운송과 이ㆍ미용업 등 어려운 업종에 간이과세를 적용한 것 등은 자영업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기업 부문에서는 투자의욕을 부추기기 위해 세부담 완화대상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우선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내년부터 2%포인트 내린 것은 세수감소를 우려해 반대했던 기조에서 ‘U턴’한 것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간 배당소득에 이중과세를 하지 않기로 한 ‘연결납세제’의 도입,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부가가치세 면제 등도 동원됐다.
사모주식투자펀드(PEF)에 대한 세 혜택과 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제 개선조치 등은 시장 활성화를 통해 자금의 물꼬를 기업으로 돌리겠다는 포석이다. 수도권 과밀억제지역 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 감면 폭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국가 균형발전 구현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목표와 줄기를 맞췄다.
부양책들에도 불구,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비과세ㆍ감면대상을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은 빛을 바랬다. 소득세 인하에 따른 감세혜택이 고소득층에만 돌아간 데서 볼 수 있듯 소득재분배의 정책논리도 퇴색됐다.
“소득세 인하폭을 3~5%포인트까지 올렸어야 한다”(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지적처럼 어정쩡한 감세 부양책으로는 경기는 살리지 못한 채 재정만 옹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