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승인 없이 이뤄진 대기업 총수의 기부금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8일 대한생명보험이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 이득금 반환소송에서 “학교재단은 최 전회장의 기부금 231억원을 원고에 반환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전주대와 전주공업대, 전주 영생고, 온고을여고를 운영하는 신동아학원은 기부금 원금에 이자 149억8,000만원을 합쳐 모두 380억8,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최 전 회장은 84년 영생학원을 인수,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신동아학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2년 11월 5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 12월 이사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63차례에 걸쳐 모두 231억원을 기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 전 회장이 대표이사와 학교 이사장을 겸했기 때문에 학교법인이란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부 행위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고 회사에 불이익을 생기게 할 염려가 있는 거래”라며 “회사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면 기부 효력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부실해지면 그 피해는 수많은 주주와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아간다”며 “기부행위로 회사가 유ㆍ무형의 이익을 얻었다고 하지만 기부금 규모에 비하면 이익이 미미하고 회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해 지원한 점 등이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대한생명보험은 2002년 10월 민법상 부당이득금 반환청구권 소멸시효(10년)를 불과 한달 앞두고 신동아학원을 상대로 231억원의 기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