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시대… “튀는 상품이 산다”(소비자만족 베스트상품:Ⅰ)

◎“기술·기능·패션·마케팅·서비스 등/어느 부문이든 차별화에 성공해야”/“발상전환 통해 틈새시장 찾기 중요/독특한 상품명도 「1등공신」 역할”상식이라는게 있다. 건전한 상식을 갖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품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않는다.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위해서 상식이라는 것이 오히려 큰 적이 되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발상의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어필하지않으면 결코 인기상품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국내 상품시장에서 특히 눈에 띠는 성공사례를 돌아보면 확연히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비자만족베스트상품으로 선정된 삼성생명의 「꿈나무사랑보험」은 성인위주의 보험시장의 대상을 어린이로 전환, 대성공을 거둔 금융상품이다. 기존 관념을 탈피, 발상전환을 통해 지난 2월 첫 선보인 후 3개월간 49만여건의 계약건수를 기록, 경쟁사들로부터 유사상품개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일제당의 즉석식품 「햇반」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디어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렌지에서 2분, 끓는 물에서 10분정도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을 우연한 기회에 상품화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 1월 2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2월에는 4억원, 지난 4월에는 7억원까지 매출규모가 끝모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젊은층, 또는 맞벌이부부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수요가 계속 늘고있다. 대우자동차의 「누비라」는 중형과 소형자동차의 중간급인 준중형급자동차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석권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출시이후 한달도 채안된 3월 1만1천7백23대 판매로 내수차 중 베스트셀러카의 자리를 차지하더니 4월에는 이보다 1천3백49대 많은 1만3천72대를 판매해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라자가구는 남자와 여자용 가구로 구분생산되던 가구시장에 개념을 바꿔 남여공용의 신기능 가구시장을 새로 개척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마음놓고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상품의 종류도 비즈니스용·프리랜스용·베이직 등으로 확대해 타 업체의 섣부른 도전을 사전차단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고 있다. 첨단기술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품의 기능강화로 소비자의 인기를 독차지한 정통적인 방식의 성공사례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LG전자의 전화기 「테크폰 900­9720」은 전화기 반경 5백m 내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휴대폰기능을 도입함으로써 단일기종으로서는 사상최대시장점유율인 12%대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컬러TV 「명품+1」은 동일기종의 다른 TV보다 1인치 더큰 화면으로 96년 하반기 TV시장을 휩쓸더니 97년들어서도 그 여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등 국내 TV시장 절반가량을 독차지한 공전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는 기존 승합차및 지프, 승용차의 장점을 최대한 수용한 다기능의 패밀리웨건이다. 가격면에 있어서도 지프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을 책정, 지난 2월 출시이후 불과 3개월만에 시장점유율 52.2%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에넥스의 패션부엌가구인 「스페셜 6000 제이드그린」은 불황에 허덕이는 가구시장에 횃불을 던져주었다고 평가받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단품위주의 가구경향을 과감히 탈피, 부엌가구에 상류층 점유물처럼 여겨지던 패션을 도입함으로써 주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중견기업인 (주)에넥스를 가구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 「돌개물살」은 때제거용 물방울기능외에 여러 유형의 물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돌개물살기능을 추가, 크게 어필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능에 새 기능이 부가돼 새로운 성공을 거둠으로써 기술력의 승리를 대변해주고 있다. 다기능이 승패의 관건이 되는 대형 승용차시장에 있어서 기아자동차의 「엔터프라이즈」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중 최대크기(5천20㎜), 최대배기량(3천6백㏄),최대파워(2백30마력)을 내세워 지난 3월출시이후 불과 3개월만에 대형차시장 석권조짐을 보이고 있다. 갈수록 상품판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독특한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베스트상품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쥬리아의 남성용로션 「보스렌자」의 경우 자연향, 밀크로션의 끈적거림을 줄인 신제품을 개발한 이후 신사복업체인 서광과 「보스렌자」란 공동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남성들에게 강한 어필을 주는데 성공했다. 제품을 선보인 지난 3월중순부터 한달간 25만개를 판매하더니 갈수록 그 수요가 늘어 1백만개를 곧 돌파할 전망. 여성화장품장에 가려있던 남성화장품시장을 새로 개척하며 화장품업체간에 새로운 판매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색 마케팅성공사례로 OB맥주의 「OB라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맛과 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않는 맥주시장에서 TV광고를 통해 기상천외한 스타일의 「랄랄라 춤」을 선보임으로써 젊은층 소비자들로부터 웃음과 함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못하던 OB맥주의 위상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수도권지역에서 일반맥주부문 시장점유율 1위자리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소를 자아내는 보해의 소주 「곰바우」는 「김삿갓」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또하나의 마케팅 히트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처음 선보인 후 시판 1주일만에 1백만병, 한달만에 3백36만병을 판매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진입에 성공했는데 소주의 품질도 품질이지만 이름이 매출신장에 1등공신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나래이동통신의 「나래시티폰」은 다기능과 함께 최근 프로농구붐을 톡톡히 본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시티폰수요가 젊은층에 집중되고있는 가운데 나래농구팀이 호성적을 거두자 시티폰홍보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소비자만족베스트상품추세로 볼 때 튀는 상품이 아니면 소비자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못한다는 등식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불황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알뜰심리가 팽배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기술과 상품기능, 패션·마케팅·서비스 등 어느 부문이던 차별화에 성공하지못한 상품은 앞날이 어둡다는 등식도 성립된다.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불황시대를 이겨내기위해서는 업체 모두 소비자의 동향을 다시금 재분석, 다시 시작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베스트상품의 발상은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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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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