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생 조선사들 '시련의 계절'

자금줄 막혀 선박 건조중단에 후판조달 차질까지…


최근 전라남도 진도의 한 신생 조선소가 얼마 전 체결한 케이프사이즈(18만톤급) 벌크선 8척(7억8,000만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해약했다. 이 회사가 수주를 포기한 것은 자금조달을 못해 독(dock) 증설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후판 등 원자재 구매도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일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신생 조선업체들은 요즘 최악의 위기다. ◇자금줄 막혀 공사 중단=유동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C&중공업은(전남 목포)은 3조원어치의 일감인 벌크선 60척을 수주해놓았지만 올 12월로 예정된 1호선 인도 기일도 못 지킬 판이다. 대주단까지 구성됐던 은행권 자금줄이 갑자기 막히자 이 회사가 진행해온 독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조선(전남 해남) 역시 쌓여 있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제2독 건설에 착수했지만 시설자금을 구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올 초부터 조짐을 보인 유동성 악화가 심화돼 최근에는 아예 자금줄이 막혀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후판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 일본 철강업체이 후판 값을 큰 폭으로 인상해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중소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안과 후판 가격 폭등이 우리 같은 신생사들에는 거의 ‘쓰나미’의 위력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막혀버린 자금조달 창구가 언제 뚫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주받은 선박의 인도 시기가 자금이나 원자재 부족으로 늦춰질 경우 자칫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물론 신생 조선사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우려된다. ◇은행 보증 거부에 후판 조달도 난제=대출중단은 물론 선박 수주를 위한 은행권의 환급보증서(RG)를 거부하는 경우도 중소업체들에 시련이다. RG는 은행이 선주들에게 조선업체의 건조 역량을 보증해주는 것으로 이것이 선주에게 전달돼야 조선사는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선박 건조에 착수할 수 있다. 은행권의 RG 거부는 올 초 일부 소형업체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웬만한 중견업체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권의 한 담당자는 “조선업체에 대한 RG 발급을 중단한 지 이미 오래됐다”며 “은행권도 중소 조선소에 자금지원 보증을 설 여력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후판 조달도 신생 업체들에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 신일철이 국내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톤당 140만원 안팎으로 올리기로 했다. 수입 후판 가격이 오르면 포스코(톤당 92만원)와 동국제강(126만원)도 가격을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그때그때 거래되는 후판 물량의 가격은 톤당 1,500달러를 넘어선 상태. 중소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추후 수주 선박에 후판 가격 인상분을 전가하면 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선박 가격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가격을 떠나 후판을 제때 조달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물량을 조기에 확보해놓은 곳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일부 업체의 경우 후판 부족으로 공정이 지연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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