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부문 취약한 대우·LG 등 인수후보/기아 아시아자 애착 강해 실현여부는 불투명기아특수강은 어떻게 될까.
기아그룹의 위기에는 기아특수강에의 무리한 투자가 도화선으로 작용한만큼 그룹 경영정상화의 최대관건이 「특수강 처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수강을 팔아치우지 않고서는 다른 계열사는 물론 핵심인 기아자동차까지 정상화가 힘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수강만 떼어내 매각을 추진할 경우 사겠다는 기업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회생가능성이 높은 다른 계열사와 묶어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를 한데 묶어 제3자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기아특수강의 부실을 상쇄할만한 「보너스」가 아시아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모은행 관계자는 『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를 일괄매각토록 조만간 기아에 요구하는 한편 오는 30일로 예정된 채권금융기관회의에서 이를 공식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다』고 밝혔다.
업계는 기아특수강을 「한보철강 이상의 골치덩어리」로 보고 있다. 기아특수강은 지난해 그룹적자(1천2백90억원)의 70%에 육박하는 8백79억원의 적자를 기록, 그룹전체를 부실로 이끈 주범이다. 1조원이 넘는 투자비를 먹어치우고도 자본금 1천4백억원을 4백억원으로 잠식했을만큼 경영상황이 심각하다.
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의 일괄매각이 추진될 경우 상용차사업이 취약한 대우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로선 상용차부문을 보강하는 동시에 특수강을 통해 중공업 및 자동차, 기계 등 계열사의 부품을 자체조달할 수 있으므로 「괜찮은 조건」이란 분석이다.
LG그룹 역시 후보로 꼽힐만 하다. LG는 『기아에 관심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중공업 분야 변변한 사업이 없는 이 회사가 상용차와 특수강에 매력을 느낄만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이나 현대는 인수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특수강아시아자 패키지 매각」은 기아인들 특유의 정서를 감안할 때 현재로선 실현이 불투명하다. 이들의 아시아에 대한 애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아특수강은 지난 17일 하오부터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원료인 고철재고가 바닥을 드러낸데다 공급업체가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벙커C유 및 액화석유가스 등 원부자재 공급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포항제철의 인수 또는 수탁경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으나 포철은 이에 발끈하고 있다. 포철은 올해초 삼미의 봉강·강관사업을 인수, 여력이 없는데다 공기업인 포철이 기아에까지 개입할 경우 독점심화는 물론 외국과의 통상마찰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포철의 기아특수강 인수나 경영참여는 검토해본 적도 없고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기아인들은 『특수강 때문에 아시아를 묶어 팔자니 피눈물이 나고, 특수강을 그대로 안고 가자니 앞이 안보인다』고 말한다.<한상복·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