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권 미래 성장동력 새로짠다] 은행 내실경영·해외공략 가속

기존 보수적 전략 탈피…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br>고객중심 영업 확대등 새 청사진으로 '무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고수해야 했던 국내 은행들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등으로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차질을 빚었지만 조직정비 및 미래전략수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성장전략은 크게 ▦내실경영으로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 ▦해외시장 진출 ▦고객중심 영업력 확대 ▦전자금융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 3월말기준 1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비율도 1.45%로 지난해말에 비해 0.2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ㆍ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앞으로 금리상승 기조가 본격화될 경우 부실채권비율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은행들이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비용절감을 꾀하기로 했다. 부실채권ㆍ금리 변동ㆍ규제변화 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순간의 실수로 은행 실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연체율 감소와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통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내고 7% 수준의 적정성장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자본 및 유동성 전반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최적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이 수반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8,000억원의 당기순이익과 10%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예상하고 있다.

농협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1% 밑으로 낮추기 위해 전사적인 통합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수익성과 리스크를 감안한 성과평가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해외시장 진출전략도 다시 수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된 최근 2년 동안 중국과 일본 은행들이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직접 투자에 나선 반면 국내 은행은 이자수익에 치중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은 영업기반 확충ㆍ신시장 개척 등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현지 국내기업 및 교포를 중심으로 한 영업에 그쳐 토착화에 한계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현지화 우수 해외점포에 대해 경영실태평가시 가점을 부여하고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동남아지역에서의 금융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은행에서 가장 많은 해외 점포를 두고 있는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베트남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브릭스(BRICs) 국가 중 인도와 브라질 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인도 첸나이 지점과 브라질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민영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산업은행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은행(IB)업무를 강화해 2020년까지 세계 20위 상업투자은행(CIB)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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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고객 확보 여부도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은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90%에 육박하고 있는 중기대출 잔액규모를 70%선까지 낮출 방침이다. 대신 개인금융을 강화해 지나친 중기대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영업창구가 40여개에 불과한 산업은행도 수신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영업을 강화하는 등 우량고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과 다문화사회에 대비해 실버산업 등 신사업 육성과제를 선정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로 했다.

● 보험·카드사도 '주마가편'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순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보험과 신용카드사들은 '달리는 말(馬)에 채찍을 들이 댄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 ▦불완전판매 근절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 ▦퇴직연금시장 선점 ▦재무 안정 등에 초점을 맞추며 시스템정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글로벌경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태국 및 중국 베이징ㆍ톈진ㆍ칭다오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이머징 마켓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올해 안으로 중국 현지법인 설립준비를 끝내고 내년에는 영업활동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동남아ㆍ중앙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2013년까지 베트남에 지점 22개를 구축하는 등 베트남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동부화재는 중국의 우량 보험중개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는 사무소를 낼 계획이다.

불완전판매 근절도 미래성장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보험업법 개정안에 다양한 감독장치를 마련했지만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해상은 고객과 접촉하는 채널을 긴급출동ㆍ콜센터ㆍ현장출동ㆍ자동차보상 등 7개 접점으로 분류하고 각 접점의 특성에 맞는 세부 서비스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고객관리 모니터링ㆍ보상만족도 등을 조사해 불완전판매 근절 프로세스를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재무설계사(FP) 전문화에 역량을 집중시켜 불완전판매에 대처할 방침이다. 생애설계역량ㆍ모바일 개발 등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보장유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주력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새로운 유통채널 확보다. 방카슈랑스가 본궤도에 접어들었고, 보험상품 독립판매대리점(GA)이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상황에서 기존 채널만으로는 영업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생명은 설계사 채널 이외에 남성, 방카슈랑스 등 신채널을 확대하기로했으며 대한생명은 GA, 방카슈랑스 등 제휴채널을 활용해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로 했다. 대한생명은 올해 전년보다 4.6% 늘어난 11조원의 수입보험료, 19.5% 증가한 5,000억원의 순익을 계획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도 차별화된 성장전략과 경영 청사진을 제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전업카드사 6개사의 순익은 4,94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7.9%나 증가했다. 1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2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4%나 급증했을 정도로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은 호전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고객만족(CS)을 중장기 미래성장 전략의 핵심요소로 설정하고 고객불만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취급고를 확대해 2012년까지 취급고를 5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은행계 금융그룹의 카드사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사업역량을 신용카드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지불결제 시스템으로 확대시켜 서비스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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