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매출 부진에 시름하고 있는 백화점업계가 경쟁사 휴점일에 문을 여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출장 세일'과 '노마진 세일'도 통하지 않자 어떻게든 고객을 유치하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20일 의정부점을 제외한 전국 점포를 정상 영업하고 하루 동안 주요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초특가 행사를 진행한다. 원래 이날은 백화점업계 봄 정기세일이 끝나는 바로 다음날이어서 모든 백화점이 휴점에 들어가지만 신세계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사보다 세일기간을 1주일 줄이는 대신 휴점일에 문을 여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택했다.
백화점업계는 신세계가 관례를 깨고 업계 휴점일에 특가전을 여는 것을 놓고 내심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업계의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던 '정기세일 종료일 다음날= 휴점'이라는 공식을 깼기 때문.
신세계가 업계 휴점일에 문을 여는 강수를 둔 것은 대대적인 특가전과 정기세일에도 경쟁사에 비해 고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고 있지 않아서다.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집계한 백화점 3사 정기세일 매출에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069960)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매출이 2.7% 늘었지만 신세계는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2007년 연간 61일이었던 백화점 세일기간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2일을 기록했지만 백화점업계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며 "세일기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고객들의 구매의욕이 저하된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휴점일 영업에 대응해 롯데와 현대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특가전을 열고 맞불 작전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사이버 먼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200여개 브랜드에 총 100억원 어치 물량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도 'H몰 굿럭딜 원데이' 행사를 마련하고 주요 인기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10% 적립금을 추가로 적립해준다.
백화점업계는 잇따른 특가전과 할인행사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출장 세일, 노마진 세일, 휴점일 영업에 이은 '생존 마케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쌓인 재고를 소진하고 협력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라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업계가 연일 파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대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 대형마트에 이어 백화점도 사실상 연중 할인행사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