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자체장들의 '묻지마' 개발로 텅빈 산업단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공약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하면서 만들어놓은 전국의 산업단지가 정작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채 텅 비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산업시설용지는 2009년 5.9㎢에서 20.1㎢(2013년 기준)으로 늘어났다.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7배이자 매년 산업단지로 신규 지정되는 평균 면적(15㎢)보다 큰 땅을 입주할 기업이 없어 놀리고 있는 셈이다. 산업단지 중 정부의 개발계획 승인 뒤 3년 동안 30%의 부지도 확보하지 못해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산업단지도 14곳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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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착공한 청주 테크노폴리스가 대표적 사례다. 152만㎡로 6,438억원의 사업규모인 이 산업단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분양시기와 분양가격을 조사하지 않고 단순히 희망분양 면적만 조사하는 등 부실한 수요조사로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았다. 청주시는 특히 산업용지 미분양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시에서 최대 1,773억원까지 매입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부담만 키운 셈이다. 이뿐 아니다. 전국적으로 1조3,056억원 규모의 6개 산업단지가 투융자 심사를 받지 않거나 유사 ·중복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제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해 결국 공장 없는 산업단지가 늘고 있는 판에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재정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도 이 같은 지방 산업단지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승인 후 5년 내 지정면적의 50%를 확보하지 못한 산업단지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산업입지개발법 시행령'을 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특례법 도입(2008년) 이후에 산업단지 개발 요구는 계속 확대되고 있어 얼마큼 효율적으로 제어해나갈지 의문이다. 산업단지 신설이든 재편이든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는 결국 치유하기 어려운 병폐를 남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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