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휴가 때 성묘하자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는 귀향과 성묘 행렬이 몰리는 탓에 늘 교통대란이 일어난다. 주 5일제 근무로 쉬는 날이 늘어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겼으니 복잡한 명절을 피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성묘에 나서보자. 부모나 조부모의 선산뿐 아니라 증조, 고조 또는 시조의 산소와 외가나 처가의 성묘도 해야 한다. 조상의 산소뿐 아니라 먼저 가신 은사, 친구 또는 존경하는 사회적 인사나 직장이나 학교 선배의 성묘도 미덕이 아닌가. 사회 환경의 변화로 장례문화가 기존의 매장에서 화장ㆍ수목장 등 다양한 형식이 혼재하고 있지만 조상의 묘를 정성껏 모시는 것은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문화다. 한 수필집에서 읽었던 글이 문득 생각난다. 일상 생활에 쫓기어 성묘를 잊고 살던 어느 분이 뒤늦게 생활의 여유를 찾아서 아들ㆍ손자ㆍ며느리 등 온 가족을 데리고 성묘를 갔다. 그러나 오랫동안 나무가 자라서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끝내 묘를 찾지 못했다. 이런 낭패가 또 있을까. 하는 수 없이 산 밑에서 절만하고 부끄럽게 돌아왔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분은 회한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자기와 같은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선대 묘를 못 찾는 사람이 어디 이 사람뿐이겠는가. 나는 지난해 졸업 50주년을 맞아 동창 몇 명과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성묘를 했고 올해는 몇 분 교우와 더불어 유진오 총장님, 김순식 대학원장님, 김효록 학장님의 성묘를 했다. 은사님의 가르침이 오늘날까지 사회활동에 거름이 되었음을 묘전에서 되새겼다 내가 첫 직장에서 30년의 긴 세월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분이 동아제약의 창업자인 동호 강중희 회장이다. 세월이 흘러 작고하신 지 벌써 30년이 됐다. 나는 얼마 전 입사 동기생 두 명과 오랜만에 경북 상주로 성묘를 갔다. 정의와 성실을 경영이념으로 해 오늘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일으키고 심사원려(深思遠慮)의 깊은 가르침, 후덕한 인품, 자식같이 돌봐준 점 등이 지금껏 경영활동에 귀감이 되고 있음을 감사드렸다. 나는 매년 10월 시제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아직도 성묘할 곳이 많이 남아 있다. 관광이나 고적을 답사하는 스케줄에 성묘 계획도 짜야겠다. 연휴나 쉬는 주말에 가족이나 친지가 함께 성묘하며 전통 미덕을 이어간다면 가정의 정체성이 이어지고 자녀 교육과 화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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