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중소형운용사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대형사 중심의 주고받기가 성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펀드 판매 50% 룰은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을 연간 펀드 판매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펀드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네비게이터 판매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삼성중소형FOCUS펀드와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판매도 시작했다. 네비게이터는 지난 2005년 12월 설정돼 누적수익률만 103.49%에 이르는 대표펀드이지만 설정 7년이 지나서야 국민은행 판매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중소형FOCUS는 설정 6년(설정 후 81.20%) 만에,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은 10년(설정 후 412.78%) 만에 국민은행 문턱을 넘었다.
국민은행은 또 이날 KB자산운용이 내놓은 코스피200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펀드)의 판매를 개시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신규펀드인 NH-CA자산운용의 ‘NH-CA 코리아 2배 레버리지 펀드’ 판매도 시작했다. 앞서 NH-CA운용의 1.5레버리지펀드는 우수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설정 3년이 넘은 지난해 6월에야 국민은행에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대규모 영업망에 힘입어 펀드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국민은행을 판매사로 선호하는 이유다. “국민은행을 펀드 판매사로 뚫는 건 전자제품 회사 상품이 하이마트에서 판매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비중이 56.56%에 달하는 등 그동안 타 운용사들의 진입문턱이 높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50%룰 시행을 앞두고 2~3월에 걸쳐 판매 펀드를 다양화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 성과가 좋은 펀드들을 신규 판매상품에 추가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지만 판매망이 약했던 운용사들에게는 50%룰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50% 룰의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규제 대상에서 머니마켓펀드(MMF), 사모펀드, 적립식펀드 자동 이체 분 등이 제외되면서 사실상 50% 제한에 걸리는 판매사는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중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들끼리 서로의 상품을 판매사에 걸어주는 식의 교환 거래가 성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중소형사들은 50% 룰로 얻는 기회가 얼마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당장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50% 룰은 2년간 한시적으로 효력을 갖는 일몰규제이며, 금융당국은 향후 계열사간 거래 추이를 고려해 규제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