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벤처들 "회의도 색다르게"

노래 부르고…막걸리 따르면서…


“망하는 회사일수록 회의가 많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회사 특성에 맞는 독특한 회의 문화를 만들며 구성원들의 호응을 높여가고 있다. 휴대용 반주기 전문업체인 엔터기술 직원들은 회의실에서 항상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품 특성상 시연이나 성능 테스트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 이경호 사장실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즉각 시연해 볼 수 있도록 모든 제품이 갖춰져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딱딱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18번 노래 한 소절 부르면서 미세한 차이점을 알리는 회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전문제조업체인 오토인텍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열리는 제품개발 회의를 ‘가족회의’라 부르며 회의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특히 회의가 시작되면 으레 김치와 멸치 안주에 막걸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이 회사 한 직원은 “막걸리 한 잔에 가슴속을 내보이며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뜻밖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 때로는 잠도 안자고 개발에 매진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피델릭스(구 코아매직)는 회의를 최소화하고 가급적 사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안승한 사장은 “대기업 재직 시절 빈번한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쏟느라 정작 반도체 제품개발이나 출시가 늦어졌던 경험을 떠올려 창업한 후에는 최소한의 회의만 연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가구업체인 한샘의 최양하 부회장은 매주 월요일 청계산에서 본부장 회의를 가진다. 그는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힘들게 오른 만큼 고지에 올라섰을 때 기분도 짜릿하다”면서 “회사 경영도 등산의 연속”이라고 말하곤 한다. 모바일 게임전문업체인 컴투스의 경우 회의실마다 ‘이런 경우는 회의를 열지 말라’는 글이 걸려 있다. ▦그룹 결정이 필요하지 않을 때 ▦사전에 회의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을 때 ▦회의 이외에 더 나은 수단이 있을 때 ▦회의의 분명한 목표가 없을 때 등등. 박지영 사장은 “컴투스에는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회의보다는 자유롭게 창의적인 회의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의 횟수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방법’인 만큼 기존 회의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면서 “정보통신(I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사소통이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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