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안전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거래를 위한 '빅뱅 의정서'가 도입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의 주도 하에 약 1,400개의 미국 금융기업이 서명한 소위 '빅뱅 의정서'가 8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의정서에는 CDS 가격 산정 및 청산 방식이 명시돼있으며, CDS 계약일과 종료일을 명확히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규모가 너무 큰 CDS 계약의 경우 이를 분할해 위험도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금융업계가 이 같은 행동에 나선 것은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파생상품이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특히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경우 미국 금융기업들 중에서도 CDS 투자비중이 가장 높아 정부의 구제금융을 수차례 지원받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각국 정상들도 지난 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담에서 파생상품 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뜻을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빅뱅 의정서 덕분에 CDS 시장의 구조적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련자들은 "이번 의정서는 ICE 트러스트 등 다른 개혁 방안과 동시에 실시돼 충분히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ICE 트러스트는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설립을 승인한 CDS 청산소다. 자산운용사인 크레디트사이츠의 브라이언 옐빙턴 수석 거시전략가도 "빅뱅 의정서는 신용부도스왑 청산기관(CCP)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CDS 거래를 중개하는 전담기구가 생기면 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일부 비관론자들은 의정서에 담긴 규제 내용이 너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금융계의 이익을 대변해 온 ISDA가 늑장 대응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이번 의정서는 미국 금융업계에 적용되는 것으로, 유럽 금융기업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