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민구매력 저하 체감경기 회복 '난망'

체감-지표경기 괴리 심화…성장잠재력 훼손 우려<br>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올해 5%성장 사실상 물건너가

우리 경제의 외형은 계속 커지고 있으나 국민의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져 체감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초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화가치 절상 등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액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주체들이 애써 벌어놓은 과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미래 경제에 대한 준비과정인 설비투자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아 기업들이 향후 경기에 대한 자심감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실질 국민소득 1년만에 감소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3월말까지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69조5천억원으로 전분기(170조6천억원)에 비해0.6% 감소했다. 실질 GNI가 전분기에 비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4분기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올들어 지표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민소득은 줄었음을 의미한다. 작년동기와 비교했을 경우 실질 GNI는 1.3% 증가해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인 0.5%를 훨씬 상회했으나 지난 2004년의 3.9%에는 훨씬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 전분기 대비 1.2%, 작년동기 대비 6.1%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것으로, 경제의 외형은 커졌지만 국민의 주머니는 오히려훨씬 가벼워진 셈이다. ◇ 대외요인 악화 일로..회복 장애물 올들어 실질 GNI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무역 손실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간 반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등 정보기술(IT) 제품의 가격은 떨어지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이 무려 16조8천억원에 달해 같은기간 실질 GDP 규모인 186조9천억원의 근 10%에 달하며 전분기에 기록했던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대로 대외배당금 지급 등 요소소득은 1.4분기에만 6천억원이나 국외로 빠져나가 지난해 연간 유출액과 같았다. 결국 경제주체들이 힘들게 생산활동을 하더라도 실제로 손에 거머쥐는 소득은오히려 줄어들어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 하지만 체감경기는 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성장지표는 호전..설비투자는 마이너스 국민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있지만 올들어 국내 생산과 대외무역 지표는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을 보면 지난 1.4분기 농림어업이 전분기보다 2.2% 증가한 것을 비롯해 광공업과 서비스업도 각각 0.7%와 1.3% 증가해 최근의 호조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산업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의 경우 증가율이 0.4%에 그쳤으며, 특히 주거용 건물 건설이 크게 줄어들면서 건물건설 부문 성장률은 오히려 -0.8%를 기록해 부진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1.4분기 설비투자가 0.4% 감소해 지난 2004년 4.4분기(-0.9%) 이후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기업들이 향후 경기에 대해 여전히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건설투자도 전체적으로 0.6%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토목건설이 늘어난데 따른것으로,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건물건설은 전분기보다 0.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더블딥 우려 심화 문제는 앞으로 유가, 환율 등 대외적인 요인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데다 최근발표되는 각종 경기선행 지표들로 미뤄 국내 경제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우세하다는 점이다. 이는 하반기 우리 경제가 이른바 '더블딥(double-dip)'에 빠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환율은 하반기에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던 경상수지 흑자가 50억달러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상적자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하반기 물가불안 우려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기대지수, 경기종합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선행지표들이 최근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유가와 환율이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여건이 바뀌었다"고 밝혀 올해 5% 성장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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