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홍콩의 탈중국화 논쟁


지금 홍콩인들은 지난 1일 40여명의 희생자를 낸 홍콩 람마섬 인근 해상의 선박 충돌 사고로 비통에 잠겨 있다. 40여년 만의 가장 큰 참사에 충격에 휩싸인 홍콩에서는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안전 사고가 났는지에 대해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정부 비난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당일 중국 관영 CCTV에 등장한 리강 중국 홍콩연락판공실 부주임의 모습이었다. 사고 직후 언론에 첫 등장한 고위 인사가 홍콩의 최고 지도자인 렁춘잉 행정장관이 아니라 중국과 홍콩 사이의 연락관인 리강이었던 것에 홍콩인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최근 홍콩정부의 학교 교육과정에 '공산당 애국 과목'개설을 요구하면서 홍콩에서는 가뜩이나 반 본토 감정이 비등해지고 있는 터였다. 이 와중에 안전 사고 수습도 중국 당국에 손을 벌리려는 모습에 홍콩인들은 홍콩의 자치 훼손, 중국의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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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 사태는 어찌 보면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저에 흐르는 반중 기류는 오히려 사태를 꼬이게 하고 있다. 홍콩인들의 거센 반대 시위로 무산된 '애국 교육'이 대표적 예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1국가 2체제를 넘어 탈(脫) 중국화해 홍콩이 온전한 주권을 가진 '도시 국가'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일 시위 때 홍콩에서는 영국 국기가 나타나는 시위가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친중국계 재계, 행정 의원 등 각계 요로의 장악을 통해 정치, 사회 체제 간섭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홍콩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과연 홍콩인이 직접 홍콩인의 수장을 뽑는 직접 민주주의를 허용할 것이냐 하는 의구심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홍콩 지식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렁 현 행정장관은 중국이 사실상 낙점하면서 최고 지도자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달 치러진 행정 의회 선거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공산당을 타도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선거 캠페인에 뛰어들은 바 있다.

사회적으로는 민주 선진 국가이면서 정치 체제상으로는 중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홍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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