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KIC, 금융허브 견인차 되려면

보유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 1일 출범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KIC는 한국은행의 보유외환 170억달러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200억달러의 자산으로 출범한다. 싱가포르 투자청(GIC)을 본뜬 것으로 신용도가 우량한 채권 등 안전자산위주로 투자한다. 전산시스템 등이 정비되는 내년부터 실질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KIC가 한국은행이 하고 있는 일을 굳이 별도의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하게 외환운용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자산운용의 독립성을 얼마만큼 확보 하느냐다. 운영위가 민간위원 위주로 구성돼 형식적으로는 자율성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자했기 때문에 민간위원들이 실질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산운용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정부 등으로부터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정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KIC 설립목적이 고수익실현이 아닌 외국금융기관유치를 통한 금융허브구축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KIC의 운용수익률이 한국은행보다 떨어질 경우 ‘그냥 한은이 굴리면 될 것을 뭣하러 만들었나’라는 존재이유에 대한 비판이 일 것은 분명하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현재 지나치게 안전성위주로 돼 있는 KIC의 자산운용방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자산운용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하고 한은에 뒤지지 않는 수익률도 올려야 하는 두 가지 부담을 안고 있지만 KIC의 출범이 국제금융 전문인력 양성과 각종 금융규제의 철폐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국제화를 위한 기폭제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KIC가 해외선진 투자은행들로부터 양질의 시장정보를 확보해 선진 금융시장체제를 구축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과 연계해 국내 자산운용업 발전 등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KIC는 외국 자산운용회사 지역본부의 국내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이들과의 경쟁 및 국내 금융인력의 고용촉진 등을 통해 국내 자산운용회사의 능력을 배양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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