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달러 환율 연초 급락공포 재연" 우려 증폭

약달러·東亞통화 강세등 하락요인 곳곳에<br> 손절매 물량 쏟아져 단기 수급구조도 붕괴<br>국내외 전문가들 중장기 환율전망 엇갈려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거론되던 950원선을 단숨에 하향 돌파하면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자 내년 원ㆍ달러 환율이 800원선을 찍을 것이라는 장기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틀 새 10원80전이나 폭락하면서 연초 환율급락 공포를 재현시키고 있는 것. 물론 일각에서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원화 강세는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등 아직 원ㆍ달러 환율의 장기 추세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측면은 있다. 최근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미국의 금리동결, 동아시아 통화의 강세 등 우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외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추석 자금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국회에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 논란이 확산되면서 중앙은행의 개입이 제한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는 등 내적 요인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중장기적 환율인하 요인 곳곳에 대기=먼저 미국이 금리정책을 ‘중립’ 기조로 전환, 달러 약세 지속이 전망되면서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이 금리동결 이후 내년 중ㆍ후반 인하로 돌아서는 반면 유로권이나 일본은 경제 회복세를 바탕으로 금리인상 기조를 강화하게 되면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ㆍ일간 금리차이가 줄어들면 원ㆍ달러 환율도 점진적으로 하락, 내년에는 900원대 초반 내지는 800원선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지난 20일 미국의 헬리 폴슨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위안화 변동폭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동아시아 통화의 전반적인 강세가 전망된다. 이미 위안화는 21일 사흘째 강세를 나타내며 고정환율제(페그제) 폐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내 원화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달러나 엔화 대신 원화를 사게 만드는 등 원화 강세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로서 더욱 고통스런 대목은 연일 최저치를 갈아 치우고 있는 원ㆍ엔 환율. 원ㆍ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806원30전을 기록하며 4월11일 805원70전 이후 최저치를 경신, 대일 무역적자 확대를 예고하는 것은 물론 국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단기 수급구조도 무너져=이 같은 상황에서 저항선이던 950원대가 무너지자 손절매성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상승 추세로 바뀌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은행권과 역외 딜러들이 보유 물량을 털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상여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것도 환율하락을 부채질했다. 또 그동안 환율방어의 역할을 했던 까르푸나 월마트의 매각과 관련된 달러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과장은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버티던 사람들도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고 940원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까르푸 매각대금의 환전 처리가 대부분 완료됐다는 소식도 달러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분위기가 이처럼 환율하락(원화 강세)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막대한 외평기금 손실에 따른 부담으로 방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매도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장기 전망은 엇갈려=원ㆍ달러 환율이 이처럼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더이상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6개월 전망치를 기존 890원에서 950원, 도이체방크도 920원에서 930원으로 높였다. 반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2007년 달러화 약세 기조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의 약세는 오는 2007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절상기조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 2007년 원ㆍ달러 환율은 8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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