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그림을 보면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왜? 라는 의문을 품어보세요.”- 박홍순 작가
“들판이라는 위험한 곳에 누워있는 집시의 얼굴이 왜 평온해 보이죠?”- 숭문고 학생
“맞아요. 온갖 위험한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들판에 사자가 잡아먹으려고 하는 상황인데도 잠자는 집시의 얼굴은 평온해요. 이제 그림의 주제인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20일 숭문고 도서관에는 방과 후 학원 길을 마다하고 삼삼오오 스크린 앞으로 모인 학생들이 루소의 ‘잠자는 짚시(1897)’ 를 보면서 평소 수업시간에서는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인문학적인 궁금증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짓궂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왜’를 되풀이하던 학생들은 위험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에서 자유의 만끽라는 주제에 한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마포평생학습관이 숭문고 학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2기 ‘미술작품에서 인문고전 읽기’를 지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철학, 미술, 문학 등 다채로운 주제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박홍순 작가는 루소, 고야, 들라크루아 등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시대적인 의미와 메시지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강좌는 9월 24일까지 5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학생들은 그림을 보면서 평소에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자유라는 주제를 고전 작품을 통해 조금씩 깨우쳐갔다. 위험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있지만 모험을 즐기면서 자유를 느낀다는 것을 그림에서 발견하게 되는 주제 중 하나. 박 작가는 “인문학적인 상상력은 일상의 소소한 대상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 탐독 보다는 주변의 읽을거리, 지루한 설명 등을 차근히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책을 읽는 것은 청소년기에 습득해야 할 습관이자 문화”라면서 “우리만큼 일 많이 하고 우리보다 더 입시지옥인 일본은 우리보다 5배 이상의 책을 읽는다.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핑게이자 습관이 되지 못한 탓”이라면서 책을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번 강의를 신청한 숭문고 강은희 교사는 “지역의 도서관에서 학교로 찾아오와 5회씩 수준높은 인문학 강좌를 지원해 주어서 학생들에게는 큰 혜택”이라며 “ 강좌에 참가한 학생들은 책읽기는 물론 공부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우쳐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