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한마디에 전세계 금융시장 요동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투자를 다변화하겠다는한마디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한은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소위에 보고한 자료에서 2천억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액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2일 발간한 국회 업무보고용 자료에서도 "외환보유액 확대에 따른 수익성제고 및 운용역량을 확충할 계획이며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금융기관채, 주택담보대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 등 비정부채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외환보유액의 관리 방침에 관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국내 언론에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에서 비중있는 뉴스로 흘러나간 한은의 외환보유액 투자다변화방침이 외국 투자은행 등의 분석과 애널리스트들의 코멘트를 거치면서 증폭에 증폭을 거듭, 전세계 외환시장에 일대 충격파를 몰고 왔다.
JP 모건은 22일 공개한 일일보고서에서 "한은이 보유외환을 다양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으며 이는 의미있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최근의 태도와 대조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보유액 세계 4위 국가인 한국의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등 달러화의 매각에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곁들여지면서 주요국 외환시장 등에서는 달러화가 폭락세를나타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22일(현지시간) 오후 4시2분 현재 엔화에 대해 지난주말에 비해 1.3% 급락한 달러당 104.13엔을 기록했으며 달러-유로 환율 역시 1.5%급락한 유로당 1.3257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로화에 대한 달러의 낙폭은 지난해 8월6일 이후 6개월반만에, 엔화에 대한 달러의 낙폭은 지난해 10월8일 이후 4개월반만에 각각 최대치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여파는 다시 한국시장에 부메랑이 돼 23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원/달러환율 1천원선이 한때 붕괴되기도 했다.
결국 한은도 사태가 심상찮다고 보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언론에 보도된 미국달러 매각설이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은은 "24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보고할 자료에서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을다변화할 계획이라고 기술했다"고 밝히고 "이는 외환보유액을 비정부채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 달러를 매각해 다른 통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환율은 다시 1천원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시장의 반응에 대해 한은 내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 다변화는 오래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해왔던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일부 투기세력들까지 가세, 이를 재료로 활용하면서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딜러들 사이에는 `시장이 평탄하게 지속되면 먹을 것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면서 "당국자의 평범한 발언 한마디도 힘있는 투자기관의해석을 거치면 시장에 큰 호재로 변모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장의 과민반응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나마 1천원이 붕괴되는 사태까지 초래된데 대해 한은은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함도 없지 않은 듯하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은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입력시간 : 2005-02-23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