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30년 세월도 못갈라놓은 입양 딸ㆍ생부 상봉

“너무 미안하다. 곱게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너무 행복해요.” 하늘이 내린 부녀의 인연은 가난이 갈라놓은 30년 세월도 어찌할 수 없었다. 실명위기에 처한 장애인 아버지가 해외로 입양 보낸 딸을 3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29일 오후5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지난 58년 강원도 원주에서 6ㆍ25전쟁 때 버려진 폭발물을 만지다 한쪽 눈과 팔을 잃어버린 김종대(66)씨는 64년 시력장애를 가진 부인 유월자(90년 작고)씨와 가정을 꾸려 1남3녀를 낳아 키웠다. 김씨는 강원도 일대에서 막노동판 인부생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정상인도 살기 힘든 어려운 시절인 70년대, 네 자녀를 키워야 하는 장애인 부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계속되는 궁핍한 살림 속에 자식을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죄스러움을 느낀 부부는 막내딸을 입양시키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옷가지 몇점만을 싸서 막내딸 인숙(32ㆍ당시 2세)씨를 생면부지의 먼 땅 덴마크로 입양 보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살림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김씨 가족은 안타까움과 죄책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김씨는 녹내장으로 나머지 한쪽 눈마저 잃을지 모를 처지가 돼버렸다. 그렇게 한참 세월이 흘렀고 둘째 언니 인영(37)씨가 올 1월 헤어진 사람을 찾아주는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면서 인숙씨를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결국 덴마크 교민사회에 이 사연이 전해진 뒤 천태종 신도회장 고태정씨와 부인 이미림씨가 적극 나선 끝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인숙씨를 찾아냈다. 인숙씨는 다행히 닐스 웨스터 가드(38ㆍNiels Wester Gaard)씨와 결혼해 생후 15개월의 아들을 둔 주부로 곱게 성장해 있었다. 자신의 성장과정과 아기ㆍ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과 피시오일 등 간단한 선물을 가져온 인숙씨는 인천 용현동 오빠의 집에서 1주일간 머문 뒤 떠날 예정이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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