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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봉쇄당하는 것이 싫었다

제4보(33∼51)<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비씨카드배결승5번기제1국



모양은 조금 이상하지만 이세돌의 흑33은 정수일 것이다. 이세돌은 초지일관 우변의 백대마에 대한 공격을 노리고 있다. 구리의 백34는 상변의 흑대마에 대한 공격을 엿본 수. "동상이몽이라고나 할까요. 쫓기면서 엿보고 공격하면서 실속을 챙기고…. 어쨌든 꿍심이 대단한 친구들입니다."(김성룡) 백34가 놓인 시점에서 이세돌은 다시 8분을 썼다. 지금이 작전의 기로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변을 키울 것인지 우변의 백대마를 계속 다그칠 것인지 아니면 상변의 흑대마를 점잖게 보강할 것인지. 망설이다가 둔 수가 흑35였다. 하변의 흑진을 키우면서 우변의 백대마를 노린 일석이조의 자리였다. 구리는 스텝도 경쾌하게 백36, 38로 달아났다. 달아나면서 상변의 흑을 은근히 노린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흑39를 하나 활용하고서 이세돌은 또 망설인다. 검토실에서는 이제야말로 하변을 키울 차례라고 말하고 있었다. 참고도1의 흑1이 대세점이다. 그것이면 백은 2로 봉쇄하는 바둑이 될 텐데 과연 흑이 덤을 낼 수가 있을까. 5분을 망설이다가 이세돌은 흑41로 어깨를 짚었다. 봉쇄당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구리는 노타임으로 백42에 침입했다. "하변을 백이 선착하고 말았네요."(목진석) 흑43 이하 51은 정석이나 다름없는 수순이다. 흑45로 참고도2의 흑1에 반발하는 것은 백의 주문에 말려드는 길이다. 당장은 축머리가 흑에게 유리하지만 백4로 철썩 갖다붙일 때 흑의 응수가 심히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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