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자폭탄, 속앓이 하는 은행들

과열 눈총받으며 고금리 예금 유치<br>지금은 돈 굴릴곳 없어 경영에 '짐'

국내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부추긴다는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 걱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과열 우려를 살 정도로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과 고금리 예금 유치에 힘을 쏟는 것은 4ㆍ4분기 중 100조원대에 달하는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은행에서 대거 고객 자금이 이탈하는 뱅크런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경영에 짐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끌어모은 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데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는 방법은 대출 원금 손실 가능이 작은 주택담보대출이나 대기업 대출을 늘이는 것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오히려 기존의 여신규모를 줄여야 할 판이다. 대기업들 역시 아직 세계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은행들이 돈을 좀 써달라고 사정해도 대출을 받겠다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소상공인 대출 늘리자니 연체율이 올라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 오히려 경영성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영업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액 비율)을 100% 밑으로 낮추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어 은행으로서는 여러모로 이자 수입을 늘리기가 녹록지 않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대출영업 외의 수익원을 확대해 비이자 수입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권이 은행의 과다 펀드 수수료 책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철퇴를 내릴 조짐을 보여 은행들로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 들어 은행들이 고금리로 예치한 정기예금이 매년 이맘때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이처럼 은행 금리가 주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게 되면 돈을 은행에 장기간 예치하지 않고 금리가 더 오를 때까지 단기 금융상품에 묶어놓게 된다. 이는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여 은행권의 유동성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게 되고 은행들은 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신경쟁을 되풀이하는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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