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대통령은 물론이고 온 나라의 정치인과 사업가, 그리고 언론이 두바이를 배우자고 아우성 친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무분별한 '두바이 배우기'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MB의 모델 두바이, 드디어 무너지나'라는 글을 올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신문기자가 함께 '두바이 찬양가'를 부르는 동안 두바이는 속으로 곪을 대로 곪고 있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더불어 '세계적인 탁월한 CEO'라고 했던 두바이의 통치자의 허황된 돈 놀음에 세계가 속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두바이가 운하를 판다면서 우리도 운하를 파야 한다고 했고, 두바이를 따라서 잠실에 초고층 건물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도무지 무모한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것인가?"라고 묻고 "바로 한 달 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 그것도 사막에 올림픽 사이즈 실내 아이스링크를 설치한 쇼핑몰을 개장한 것이 두바이 정부다. 그런 정부는 사실상 '미친 정부'이고, 그런 나라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MB의 모델’ 두바이, 드디어 무너지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무르익을 무렵인 2007년 4월 중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몇몇 계파 의원과 교수를 대동하고 두바이를 방문했다. 두바이가 추진하는 대형공사현장을 방문하고 두바이의 통치자인 세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막툼을 만나 환담했다. 이 전 시장은 자기와 두바이의 빈 라시-막툼 통치자가 “세계적 CEO로 인정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7년 4월 12일자)
그 후 우리나라엔 난 데 없는 두바이 붐이 불었다. 인천 송도 신도시도 ‘한국의 두바이’이고, 부산의 신항만 개발도 ‘한국의 두바이’라고 둘러댔다. 전라북도는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새만금 연구단체 발족식에 보낸 축사에서 “새만금이 ‘동북아의 두바이’를 넘어 세계인이 감탄하는 메카”로 성장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업인들의 두바이 탐방이 이어졌고, 대학생을 상대로 한 두바이 인턴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하도 두바이 두바이 하니까 두바이가 되려면 그렇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훈계하는 신문 칼럼이 등장했다. 지난 8월 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두바이에 관한 오해’라는 사내 칼럼은 “두바이의 오늘은 30년간 일관된 외국 기업 유치정책,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과 관용, 치밀한 국가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점잖게 타일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신문기자가 함께 ‘두바이 찬양가’를 부르는 동안 두바이는 속으로 곪을 대로 곪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완전히 와해되는 길로 접어 든 것 같다. 지난 11월 8일 두바이에서 문을 연, 600개의 상점과 올림픽 규모의 실내 아이스링크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 몰은 ‘대와해(great implosion)’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두바이의 무리한 건설과 부동산 붐은 버블이라는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잠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떨어졌지만 반등하기를 반복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석유가격이 올라갔던 것이 버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도널드 트럼프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세계적 투자자가 두바이에 호텔을 건설한 것도 두바이에 신뢰를 보태 주었다. 그러나 이제 두바이의 운명이 다 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 걸친 금융위기에서 두바이가 빠져나갈 수 없을뿐더러, 두바이는 거품이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바이라는 도시국가 전체가 ‘엔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언론의 보도
지난 9월 29일자 <더 타임스(The Times)>는 전세계적 유동성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은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랍 에미레이트 중앙은행이 73억 9천만 파운드(130억 6천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주택 시장 침체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Reality bites for Dubai Property market boom’)
11월 21일자 <가디언(The Guadian)>에는 스티브 로즈 기자의 두바이 현지 보도 기사가 실렸다. 로즈 기자는 “두바이 버블이 자금 막 터졌다(The Dubai Bubble has burst.)”고 전했다. 그가 전하는 소식은 다음과 같았다. (‘How Dubai‘s fantasy skyline tumbled to earth’)
“두바이가 짓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버즈 두바이의 주관사인 에마르(Emaar)를 위시한 모든 업체가 직원을 해고하고 있으며, 한때 500만 파운드 나가던 팜 주메라이의 별장은 2달 전에 270만 파운드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180만 파운드로 추락했다. - - 두바이의 주가는 금년 초의 6,315에서 2,112로 추락했다. 에마르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79% 하락했다. - - 두바이는 이제 이미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11월 25일자 <더 타임스>는 두바이 정부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두바이 정부의 채무가 100억 달러이고, 공영기업의 채무가 700억 달러이고, 국가 총생산에 대한 부채 비율이 148%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두바이 국민 1인이 4만 달러씩 외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아랍 에미레이트의 중앙정부가 새로운 개발은행을 만들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Dubai discloses details to assuage fears’)
‘걸프版 엔론’, ‘파티는 끝났다’
11월 27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도 현지 취재기사를 실었다. 현지의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내년까지 80% 추락할 것이고, 개발회사의 주가도 80%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걸프 지역 전체가 ‘엔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기자는 전했다. (‘Has the Bubble Burst?’)
11월 30일자 <더 타임스>는 ‘두바이에서 파티는 끝났다(The Party’s Over in Dubai’)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현지를 취재한 존 알리지 기자는 “신용경색이 걸프 지역을 경제 쓰나미로 덮쳤다”고 했다. 어떤 현지인은 “두바이는 모든 분야에서 1위가 되고자 했지만, 두바이는 붐과 폭발(boom and burst)에서 1위인 것을 내가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두바이라는 “도시 국가 전체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유일한 희망은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영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부다비가 구해주는 것이나, 석유가격 폭락으로 적자 재정을 겪고 있는 이들 나라가 과연 어떤 조치를 할지는 기다려 보아야 하며, 그 구제책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고 했다. 즉, 두바이는 끝난 것이다.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쳤던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더불어 ‘세계적인 탁월한 CEO’라고 했던 두바이의 통치자의 허황된 돈 놀음에 세계가 속았던 것이다. 바로 한달 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 그것도 사막에 올림픽 사이즈 실내 아이스링크를 설치한 쇼핑몰을 개장한 것이 두바이 정부다. 그런 정부는 사실상 ‘미친 정부’이고, 그런 나라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온 나라의 정치인과 사업가, 그리고 언론이 두바이를 배우자고 아우성 친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두바이가 운하를 판다면서 우리도 운하를 파야 한다고 했고, 두바이를 따라서 잠실에 초고층 건물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도무지 무모한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