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리 것이 좋은 것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의 국내 의류ㆍ직물 전시회 ‘프리뷰 인 상하이’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지난 4일. 비행기에서 내려 들어선 푸동국제공항은 이미 딴 세상이었다. 출입국 심사대에 줄지어 선 각색 인종 수백 인의 눈길은 그 너머의 단 한 남자, ‘왕의 남자’ 이준기에게 꽂혔다. 오프닝 패션쇼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그는 벌써 비슷한 제복을 입은 수십 명에게 에워싸여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단체로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일까 했다. 그런데 웬걸,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푸동공항 직원들과 청원경찰이었다. 수하물 수취대로 향할 무렵 공항의 공기는 더욱 답답해져가는 느낌이었다. 날카로운 괴성의 정체도 분명해졌다. 500여명은 넘을 듯한 인파가 출구 밖에서 또렷한 한국말로 “사랑해요. 이준기”를 외치고 있었다. 결국 이날 이준기는 밀려드는 팬들로 인해 수화물 승강기를 이용, 겨우 겨우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후에도 팬들은 다음 행선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앞으로 몰려들어 행사가 취소되는 해프닝을 일으켰고 패션쇼장은 물론이고 식사자리, 기예단 공연 관람 등까지 알아내 가는 곳마다 출몰했다. 중국인들은 이준기가 영화 ‘왕의 남자’ 이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까닭에 그의 영화나 작품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한국에서 인기 있는 배우’라는 사실에 이처럼 열광하고 있었다. 중국 땅에서 브랜드 ‘한국’의 가치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었다. 한국의 인기는 비단 연예 산업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이나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는 중국 현지에서 명품으로 유명하다. 중국 전역에 300여개의 매장을 지닌 이랜드그룹의 숙녀복 ‘이랜드’와 ‘스코필드’는 주요 백화점의 가장 요지에서 팔리는 명품급 인기 브랜드로 우뚝 섰다. 하지만 현지에서 중국 젊은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여행 온 한국 젊은이들 중에 삼성 디지털 카메라를 든 이가 없느냐’는 것이다. 누구나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말한다. 이제 한국 브랜드의 가치는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제품을 외면한다면 외국인들도 당연히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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