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뢰회복으로 선진국가 도약하자

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이 저물고 무술년 새해가 맑았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람 있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고통과 시련도 컷던 한 해였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경제난 때문에 경제회복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함께 한해를 시작했지만 국내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유가급등과 국내외의 잇단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지표들이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서고 올해에는 5%대의 실질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다행이다. 3년이 넘는 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큰 위안이 됐다. 극심한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수출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ㆍ전자ㆍ반도체ㆍ철강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보인 가운데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머지않아 무역규모 1조달러의 통상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은 지금까지 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우리경제를 끌고 가는 기관차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수출만으로는 더 이상 양극화와 같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수출에 따른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가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요인을 없애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살리고 마음 놓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침체 벗어나 회복 전환점 마련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부동산시장이 8ㆍ31대책을 계기로 안정세를 보이게 된 것도 다행이다. 저금리기조에 따라 은행차입에 의한 주택구입이 확산된 데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차원에서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부동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과제이다. 정치 사회분야로 눈을 돌리면 지난 해는 최악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이었다. 정치가 파행으로 일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제쳐두고 황우석 사태는 국민 모두에게 경악과 충격이었다. 세계 줄기세포 허브라는 가슴 설레는 희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저신뢰 사회로 비아냥 받을 정도의 엷은 신뢰기반조차 거의 송두리째 붕괴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진리를 찾는 학자의 연구논문이 조작되는 현실에서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언제까지나 황우석 사태로 개탄하고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전화위복의 전기로 삼는 지혜가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황우석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성부터 해야 한다. 그 다음 성역을 없애고 열린 사회를 통해 무너진 신뢰기반부터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로 불신하는 풍토에서는 대립과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대립과 불신이 판치는 불건전한 풍토에서는 우리가 열망하는 선진경제는 물론 선진국가는 불가능하다. 신뢰부족은 기본적으로 우리사회에 성역이 존재하고 닫혀있기 때문이다. 열린 사회를 통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일 때 신뢰가 형성될 것이다. 아울러 신의 영역을 허무는 일에 지나치게 성급하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국민적인 기질도 고쳐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불신과 대립 극복해야 경제회생도 가능 그러고 보면 올해는 할 일이 참으로 많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신뢰기반을 복원하면서 경제회복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은 경제가 잘돼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는데다 고유가와 세계경기둔화 등 불안요인이 적지않게 가로막고 있다. 정부ㆍ기업ㆍ근로자ㆍ국민 모두의 협력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를 우리나라를 고신뢰사회로 업그래이드 하는 전환점으로 삼아 선진한국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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