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족 소통의 무대… 사회로 퍼지는 '세시봉 열풍'

아날로그 우정·감성 일깨워<br> 부모세대의 존재감 확인케


50대 직장인 한모씨는 최근 대학생 큰아들과 모처럼 만에 마음을 열고 대화를 했다. 평소에는 서로 바빠 좀처럼 마주하기가 힘들었지만 지난 설 연휴 때 방송된 MBC특집'세시봉 콘서트'를 같이 본 후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을 함께 부르는 친구가 됐다. 한물갔다고 여겼던 70년대 포크 가수들이 주축이 된'세시봉 콘서트'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우정ㆍ화합 등 아날로그세대의 가치관이 21세기 감성시대의 주요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시봉은 1970년대 명동의 음악다방으로 신청곡 감상은 물론 조영남ㆍ송창식ㆍ이장희ㆍ윤형주ㆍ김세환 등 당시 '노래 좀 한다' 하는 청년들이 모여 공연을 했던 곳으로 60~7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청년문화를 일궈낸 산실로 평가받는다. 최근 세시봉의 열풍은 조영남ㆍ송창식ㆍ윤형주ㆍ김세환 등이 그때 그 가수들이 모여 지난해부터 전국 콘서트를 해 온 것이 전파를 타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젊은 세대의 반응이 커 화제다. 세시봉 열풍은 단순한 복고풍의 부활이나 중장년층의 추억 되새김질에 그치지 않는다. 멤버들간의 아날로그식 우정과 감성,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음악을 향한 열정 등은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요즈음은 부모ㆍ자식간에 존재를 공감하기 쉽지 않은 시대인데, 세시봉 멤버들 나이는 비록 60~70대 이지만 행동과 코드는 젊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며 "세시봉은 세대간에 정서적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개인주의가 강해져 가는 사회에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다는 가치관에 젊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나이차이, 학력, 출신배경 등을 따지지 않고 이어온 우정,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하게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이 성공이라고 자부하는 삶의 방정식은 돈과 명예가 곧 성공이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게다가 각자 음악세계와 가치관이 달랐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세시봉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과 관용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세시봉의 열기는 일본의 드라마 한류의 성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중장년층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던 차에 품질 좋은 아날로그 음악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는 것. 김태원 푸른여름콘텐츠 대표는 "일본 한류의 성공에는 1990년대 엽기ㆍ아이돌 등이 주요 코드였던 일본의 대중문화에 식상했던 중장년층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의 감성적인 주제에 끌렸던 것처럼 세시봉은 최근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좋아할 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던 차에 등장한 훌륭한 품질의 음악"이라며 "특히 비주얼이 강조된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공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통기타와 가수들의 목소리만으로도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점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려한 이벤트없이 노래 만으로도 시장에 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향후 김광석ㆍ김현식ㆍ유재하 등 작고한 가수들의 가창력 뛰어난 노래를 재조명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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