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추기경이 화해와 통합을 위해 밝힌 자신의 실천 계획이다. 추기경 서임 후 첫 메시지에서 "갈등과 분열 치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말이다.
염 추기경은 16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선의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하느님을 부정하면 더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괴물로 변한다"며 "자기만 웰빙의 삶을 살고, 혼자서 재물을 누리는 건 제대로 사는 게 아니다. 남들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논란이 됐던 '사제의 정치개입 금지' 발언에 대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다"고 전제하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이 있는데 아픔을 같이해야지 편 가르기는 안 된다"는 의도였음을 밝혔다. 그는 사제들의 현실 발언과 사회 참여를 두고 '직접적 정치개입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한국 가톨릭 내부에서 추기경 서임 발표 전에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은 추기경을 임명해 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진 것에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반응하는 등 논란을 피해갔다.
바람직한 지도자에 대해 염 추기경은 "추기경이라는 말은 돌쩌귀, 경첩이란 뜻을 갖고 있어 세계 교회, 사회를 잘 연결할 책임이 뒤따른다. 한국처럼 되고 싶은 나라도 많지만 우리의 나쁜 점은 전파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쇄신해야 한다"고 답했다.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난 염 추기경은 "아침 미사를 드리고 학교에 갈 정도로 성당에 사는 게 좋았다"면서 "나는 내가 잘 나서 신부가 된 줄 알았는데, 30대 말에 어머니가 40년 가까이 품고 계시던 말씀을 털어놓으시길 나를 가졌을 때부터 사제가 되길 바라셨다고 했다"고 자신이 성직자가 된 배경도 소개했다. 염 추기경은 "산다는 건 혼자 사는 게 아니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도 아니다. 사회생활에서도 많이 느낀다. 내 힘으로는 안 되는데 결국 옆에서 도와주고 하느님이 도와서 되는 일도 많다. 신뢰와 믿음으로 사는 게 충실한 삶이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오는 19일 노숙자 등이 새 삶을 준비하는 은평마을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교회 밖의 첫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