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안인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위)가 진통 끝에 사법개혁안을 내놓았다. 골자는 법조일원화를 비롯해 검찰시민위원회 및 특별수사청의 신설 등이다. 개혁안에 대해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는 관련기관의 입장에 따라 극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의 반응과 반발이 매우 강한 것 같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경찰의 복종의무를 삭제한다는 내용의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분명한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복종의무 삭제에 檢警간 이견 반대입장의 논거로 검찰청법상 복종의무가 삭제될 경우 검사가 경찰의 수사개시를 지휘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경찰지휘근거가 사라질 뿐 아니라 수사와 내사의 한계가 모호해져 경찰이 실질적으로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경찰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해당 규정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법상 엄연히 존재하고 헌법상 검사를 통한 영장청구권이 명문에 있는 이상 경찰은 여전히 검찰의 지휘와 통제를 받고 있으므로 반대논거는 수사권조정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조정안에 대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을 위한 첫발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합의라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것은 수사절차라 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이 될 뿐 아니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핵심이며 성숙한 민주사회로 진화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이다. 현행 수사절차는 검사의 수사지휘권ㆍ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등을 근간으로 한다. 요컨대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의 주체는 검사이고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기관으로 규정해 수사권의 주체를 검찰에 한정하고 있다. 결국 검사가 수사지휘권ㆍ수사종결권ㆍ기소독점권 등 형사소송법상의 모든 수사를 책임지고 있다. 검사의 이러한 권한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막강한 것이고 실질적으로도 형사사건의 97%를 경찰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검찰은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국민의 신뢰를 많이 상실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관련 인사들이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소위 '스폰서 검사' 문제도 슬그머니 마무리되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제도가 법리적인 분석과 전문적 입법평가를 하기에 앞서 과연 원론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에 부응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권위와 복종의 시대가 끝나고 '소통과 화합의 시대'에 들어섰다. 소통은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주의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할 수 있는 명제다. 소통은 상호이해의 장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화합을 이를 수 있는 토대인 것이다. 권한이 집중된 지금의 검찰의 수사권은 소통과 화합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수사권 소통·화합의 시대 맞게 또한 우리사회는 자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이룩한 결과물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이룩해야 할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 우리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독단성에 의존하고 있는 '닫힌 사회'가 비이성적 구조를 생산해 반민주적 결과를 야기했다는 교훈을 알고 있다. 사개위의 사법개혁안도 닫힌 사회를 차단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 개인의 자유의 신장을 위한 절실한 열린 사회를 위한 시도이고 이런 취지에서 사개위의 수사권조정안 역시 그동안 논의됐던 최소한의 함의(含意)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권조정안은 수사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면서 보다 질 높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작은 단초라 생각된다. 우리는 그간 자주 들어왔던 '뼈를 깎는 자성'이라는 말에 늘 실망하고 있었다. 이 수사권조정안이 수사주체 간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면서 서로 경쟁하면서 새로운 수사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는 첫 단추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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