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름값 못하는 회계법인

"기업들이 숨긴 회계부정을 찾아낼 확률이 30%도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만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감사를 통해서도 기업들이 숨겨놓은 회계부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회계업계에는 '3ㆍ5ㆍ7 법칙'이라는 게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딱히 이론을 근거로 한 법칙은 아니지만 기업에 대한 회계부실 감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회계법인들이 면피용으로 활용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3ㆍ5ㆍ7 법칙이란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을 감사할 때 숨겨놓은 회계부정 사실을 적발해낼 비율이 30% 정도에 불과하고,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나가면 50%,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70%가량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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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추적권을 가진 검찰이 수사를 해야만 회계부정의 상당 부분을 적발해낼 수 있지, 단순히 수치만 따지는 회계법인은 기업들이 작정하고 숨겨놓은 회계부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의 한 임원은 "회계감사는 원래 기업들이 정상적인 회계기준대로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작정하고 저지른 회계부정을 적발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회계법인들도 전문가들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는 데도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같은 사건만 생기면 회계법인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데 대한 불만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회계에 대한 검증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들이 불법대출(차명대출이나 한도초과 대출), 분식회계 등을 제대로 적발해내지 못했던 것으로 또다시 드러났다.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는 안진회계법인(솔로몬, 한주)과 한영회계법인(한국), 신한회계법인(미래)이 맡았는데, 한주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모두 적정의견이었다.

투자의 원초적인 기준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인데, 회계법인 스스로 30% 밖에 적발해내지 못한다고 자인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일 수 있다. 회계법인들도 이름값을 제대로 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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