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4월 23일] 혁신도시 중단, 책임은 누가 지나

요즘 연일 빅이슈로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국민의 희망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현 정권이 지난 노무현 정권의 숙원사업으로 시작한 ‘혁신도시’ 개발사업을 사실상 중단,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혁신도시 개발은 우리나라 지역 균형발전에 근간이 될 것처럼 밀어붙이더니 정권이 바뀌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사업 자체를 전면 무기한 연기한다고 난리들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헷갈리기만 하다. 필자의 고향은 혁신도시를 유치한 경북 김천이다. 더욱이 필자의 처가댁 역시 개발사업 지역인 용전리인 관계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전답은 물론 조상이 묻힌 묘까지 모두 강제로 수용당했다. 마을 어귀에 길게 늘어선 정자나무도, 고향 마을도 모두 흔적도 없이 송두리째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소 의좋던 부모ㆍ형제자매들이 토지보상으로 받은 돈을 앞에 놓고 서로 이해가 엇갈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집안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한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앞서 이 모든 현상이 국가 균형발전의 미명 아래 일어난 일이다. 우리 같은 민초들이야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국책사업을 앞세운 국가의 명령을 믿고 따를 수밖에 별도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사업을 중단한다거나 연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한심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의 숙원사업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 없이 하루아침에 번복한다면 사업추진을 위한 국세의 낭비는 누가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또 정부를 믿고 모든 것을 내주고 정든 친구들과 이웃사촌들을 멀리한 채 뿔뿔이 고향을 떠나게 된 지역민들의 서글픈 심정은 누가 달래준다는 말인가. 이를 두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라고 하는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번복될 것을 알고 하는지 아니면 정권이 바뀌었으니 현 정권이 마음대로 번복해도 좋다는 건지 마냥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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