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그룹주도 외국인 선호 차별화 뚜렷

서울경제신문 계열사 16곳 지분율 비교 분석

지배구조개편 핵심 전자·생명·물산 비중 확대

SDI·전기는 크게 줄어… 저가매수 기회 활용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외국인이 선호하는 삼성그룹주에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삼성생명(032830)·삼성물산(000830)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은 감소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삼성그룹주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선별적으로 삼성그룹주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 16개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을 지난 5월12일과 비교 분석해 보니 절반인 여덟 곳에서 외인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12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후 첫 거래일로 이때부터 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주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70% 안팎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5월12일 50.55%였던 외인 비중은 20일 50.74%로 0.19%포인트 증가했다. 연초(49.55%)와 비교하면 1.19%포인트 늘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증권사의 2·4분기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면서 외국인이 19~20일 이틀간 3,48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외인 비중은 여전히 50%를 상회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49억1,454만원을 순매수하며 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고 덕분에 주가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61%(2만1,000원) 오른 1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 금융계열사 개편의 중심축인 삼성생명도 외국인이 꾸준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 지분 14.98%, 삼성증권 11.14%, 삼성자산운용 100%, 삼성카드(029780) 34.41%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간금융지주사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5월12일 12.33%에 불과했던 삼성생명의 외국인 비중은 한 달여 만인 20일 14.76%로 무려 2.43%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일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5%(500만주)를 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했는데 이 물량 가운데 약 80%를 외국인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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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규 시간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스피 주요 종목을 팔아 현금을 마련한 외국인이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금융계열사 지분 매입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삼성생명에 주목하고 장외 시간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일 외국인은 장중에 4,5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장외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3,173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도 규모를 898억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삼성화재(55.14%)와 삼성카드(13.10%) 등도 외인 비중이 연초 대비 각각 0.6%포인트, 0.94%포인트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건설·화학·중공업 부문을 아우를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물산 역시 외국인이 꾸준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5월12일 23.81%였던 외국인 비중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24.69%까지 확대됐다.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로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010140)의 시가총액은 9조2,000억원대에서 11조3,000원대로 2조원 넘게 늘었다.

반면 삼성SDI(006400)·삼성중공업·삼성전기 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서 주변부에 위치한 계열사들은 외국인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삼성그룹주라고 해서 모든 외국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외인 비중이 31.50%에 달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10%포인트 넘게 빠졌고 삼성SDI(24.87%)와 삼성전기(15.74%) 등도 같은 기간 2%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들 업종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실적과 업황에 기초해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외인이 긍정적이었던 일부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태도가 변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많이 오른 전자 업종을 제외하고 저가매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경기민감 업종으로 외인 투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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