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인 스포츠 게임에서 야구게임이 잇따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축구게임인 '피파온라인3'가 돌풍을 이어가면서 올해 앞다퉈 신작 야구게임을 출시한 게임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야구게임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막한 프로야구가 345경기만에 누적 관중 400만명을 돌파하며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정작 야구게임은 인기가 저조한 이례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 야구게임은 15년 남짓한 국내 게임시장에서 총싸움게임(FPS)과 함께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장르로 꼽힌다.
CJ E&M 넷마블은 지난 3월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 더 리얼'의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고 야구게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넷마블 자회사 애니파크가 개발한 이 게임은 사실적인 그래픽과 방대한 선수정보를 도입하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장점을 앞세워 출시 전부터 게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야구게임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를 광고모델로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까지 펼쳤다.
같은 달 네오위즈게임즈도 '야구의 신'을 내놓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 게임은 직접 야구경기를 펼치는 대신 야구단을 운영해 최강의 야구단으로 육성하는 경영의 요소를 접목했다. 실감 나는 중계 화면과 사실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구현해 현장감을 살렸고 타율, 홈런, 도루는 물론 좌완투수 기록까지 제공해 마치 실제 야구감독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4월에는 넥슨이 온라인 야구게임 '프로야구2K'를 출시하고 경쟁에 불을 지폈다. 미국 게임업체 2K스포츠와 공동 개발한 프로야구2K는 최신 게임 엔진과 한국야구위원회의 선수 데이터를 적용해 프로야구의 생생한 현장감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용자끼리 시합을 벌이는 'PvP 모드''와 '멀티플레이 모드'는 물론 경기를 관전하다가 곧바로 시합에 참가하는 '슈퍼 시뮬레이션 모드' 등을 도입해 출시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의 온라인 게임 순위를 보면 야구게임의 성적표는 사실상 낙제 수준이다. 국내 1만5,000여개 PC방을 대상으로 조사한 온라인 게임 점유율에서 상위 20위 안에 야구게임은 하나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개의 야구게임이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모바일 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서는 넷마블의 '차구차구 2013'이 최고 매출 5위를 차지하며 상위 10위권에 랭크됐고 애플 앱스토어에 유료 매출 순위에서도 차구차구 2013을 제외하면 스포츠게임이 전무한 상황이다. 모바일 야구게임의 대표주자였던 컴투스의 '컴투스 프로야구 2013'과 게임빌의 '2013 게임빌 프로야구 2013'는 올해 초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이래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포털 업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NHN엔터테인먼트의 '팀나인'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 야구감독'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반면 넥슨이 지난해 말 출시한 온라인 축구게임 '피파온라인3'는 국내 스포츠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피파온라인3는 출시 직후인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점유율 3.78%로 6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이용자 확보에 나서 지난달 8.86%의 점유율로 국내 온라인 게임 2위에 등극했다.
올 들어 야구게임이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주요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작 야구게임을 출시하면서 시장 자체가 포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대다수 게임이 사실적인 데이터와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우면서 엇비슷한 게임이 많아진 탓에 이용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야구게임의 인기가 시들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축구게임으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모으자 주요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야구게임 출시에 나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내년에는 월드컵도 앞두고 있어 당분간 '피파온라인3'를 중심으로 한 축구게임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