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韓明淑) 총리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58년만에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라는 헌정사의 새 장이 열렸다.
한 총리 탄생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다른 사회영역에 비해 여성의 참여가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정치 분야에서 여성 진출의 확실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있다.
첫 여성총리 지명자였던 장 상(張 裳) 전 이화여대 총장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지 4년만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인재상자리를 여성이 맡게 됨에 따라,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해왔던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를 맞게된 것.
이번 여성총리 탄생은 보수의 벽에 갇혀있던 정치분야에서조차 여성의 역할 증대라는 사회적 흐름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국민주화 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이었던 `4.19 혁명' 46돌에 한 총리 임명동의가 이뤄진 것은 한국 여성사에 큰 획을 긋는 `혁명적'인 일로 훗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참여'라는 명칭에 걸맞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여성총리 탄생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현실화됐다는 의미부여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총리가 출현하게 된 것은 다행스럽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라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비롯해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등 여성들이 정치인으로 제몫을 하는 가운데 한 총리가 임명돼, 여성의 정치적 세력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셈"이라고 평가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 역시 "뒤늦은 감은 있지만 한 총리의 탄생은 여성의 정치적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자리에서 여성이 배출된 셈인 만큼,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임명을 통해 남성중심적인 기존 정치판의 낡은 문화가 깨지고, 정치문화에 새 바람이 불어 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학연과 지역연고 위주의 줄대기.파벌 문화와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 낙마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공직자 골프 접대 관행 등 전반적으로 부패와 이어지기 쉬운 정치권 전반의 문화들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벌써부터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발휘, 경직된 당.청 관계 및 대야 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는 국정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관측도 나온다.
남성의 시각에서 대부분 입안돼 온 정부 정책 전반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여성을 비롯해 소수자를 두루 배려하는 차원의 정책기조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원택 교수는 "기존 남성총리들과 다른 국정운영 스타일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며 "술자리 문제를 비롯해 부패에 취약하고, 연고에 약한 기존 정치권내 부정적 관행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사회 전반이 남성중심의 `하드파워'의 세계에서 감성과부드러움으로 움직이는 `소프트파워'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한 총리가 이러한 측면에서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한다면 정치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