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천년 새금융] 11. 신용협동조합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옛말처럼, 경제위기를 넘어 새천년에 모든 금융권이 새금융으로 재탄생하더라도 서민금융기관들이 붕괴되고 나면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피가 온몸 구석구석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면 팔다리가 썩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듯, 돈이 기업과 자본가에게만 몰리고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에게 공급되지 못하면 사회적 기반은 붕괴되고 만다. 특히 지역간 균형발전과 소외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지역협동조합인 서민금융기관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천년 새금융의 출발은 서민금융기관의 부활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말이다. 서민금융기관의 대표격인 신용협동조합은 흡수합병과 퇴출 등 자구노력을 통해 200개의 조합을 줄이는 등 환골탈퇴를 시도하고 있다. 신협은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라는 모토로 탄생한 비영리 특수법인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신협은 조합원들이 근검 절약으로 저축해 조성한 자금과 출자한 돈으로 급전이 필요한 조합원에게 대출해 주는 금융협동조합이다. 때문에 정부도 신협이 판매하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소득세 22%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 파산하면 예금보험공사에서 예금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신협의 가장 좋은 점은 1,000원에서 만원정도만 출자하고 조합원이 되면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문턱높은 은행과 달리 영세민이나 자영업자도 담보나 연대보증, 까다로운 서류절차 없이 신용으로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수백만명의 소외된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은 서민들에게 문턱이 너무 높다. 한빛은행의 경우도 예금가입 고객은 1,186만명이지만 대출을 받은 경우는 5%도 안되는 48만명에 불과하다. 신협은 21세기 종합금융 협동조합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국적인 온라인망 구축·보험 공제사업의 경쟁력 강화·금융서비스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문턱없는 서민은행으로 지역사회의 공동이익을 높이기 위해 조합원을 위한 갖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처럼 단순히 금융거래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서민들이 서로 돕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하나의 구심체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제도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소외된 서민계층의 복리를 증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농촌 신협간 직거래 사업 조합원을 위한 문화·장학사업 영·유아 육영사업 청소년·주부·노인대상의 문화·교육활동 의료·공중보건 서비스 각종 사회체육시설 운영 등을 통해 지역사회 개발에 앞장 서고 있다. 인천광역시 산곡신협의 경우, 은행보다 일찍 열고 늦게 문을 닫는다. 일요일날도 문을 연다. 근처 인천 4공단에 입주한 대우자동차·삼익악기 등 공장근로자들과 상인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리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산곡신협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노인정도 인기다. 어린이를 보기 힘든 맞벌이 조합원을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협의 앞길은 험하고도 멀다. 금융권별 업무영역 파괴 2001년 예금자보호한도 축소 2000년 비과세 혜택 폐지 대우채 환매 처리 등 신협 혼자의 힘으로 풀기힘든 과제가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민금융기관의 사회적 기여도 만큼, 재정적인 측면에서 공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 신협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잘하고 있는 신협을 위해 안정기금을 출연하고 전산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 비과세 혜택의 시한도 늘리고, 30.6%의 법인세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기관은 뿌리가 약한만큼 쉽게 쓰러지지만, 한번 쓰러지면 다시 세우기가 힘들다』며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서민금융기관의 3분의 1가량이 쓰러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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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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